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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90156578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5-09-20
책 소개
목차
1. 런던탑
2. 칼라일 박물관
3. 환영의 방패
4. 환청에 들리는 거문고 소리
5. 하룻밤
6. 해로행
7. 취미의 유전
8. 문조
9. 열흘 밤의 꿈
10. 편지
해설(고미야 도요타카)
책속에서
100세라는 나이는 기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그러나 약간 따분하다. 즐거움도 많을 테지만 괴로움도 길리라. 밍밍한 맥주를 매일같이 들이켜기보다는 혀가 타는 듯한 알코올을 반 방울 맛보는 것이 더 간편하다. 100년을 10으로 나누고 10년을 100으로 나누고 남은 시간의 절반에 100년의 고락을 싣는다면 역시 100년의 생을 누린 것과 같지 않겠는가. 태산도 카메라 안에 담기고 수소도 식으면 액체가 된다. 평생의 정을 한껏 뭉치고, 목숨을 걸 정도의 달콤함을 점으로 응고시킬 수 있다면―그러나 그것이 보통 사람에게 가능하기나 할까?―, 이 맹렬한 경험을 맛본 것은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윌리엄 한 사람뿐이었다. ―「환영의 방패」 중에서
8첩 방에 수염 있는 사람과 수염 없는 사람과 시원한 눈을 가진 여자가 모여 이와 같은 하룻밤을 보냈다. 그들의 하룻밤을 그린 것은 그들의 생애를 그린 것이다.
왜 세 사람은 만난 걸까? 그건 알 수 없다. 세 사람은 어떤 신분과 경력과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도 알 수 없다. 세 사람의 말과 동작을 통틀어서 일관된 사건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인생을 쓴 것이지 소설을 쓴 것이 아니기에 어쩔 수가 없다. 왜 세 사람 모두 동시에 잠들었을까? 세 사람 모두 동시에 잠이 왔기 때문이다. ―「하룻밤」 중에서
쓰기를 마친 글자는 이상하게 흐트러져 알아보기 어려웠다. 노인의 손이 떨린 것은 늙음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여자가 다시 말했다. “숨이 끊어져 몸이 식기 전에, 오른손에 이 편지를 쥐어주세요. 손과 발 모두 싸늘하게 식은 뒤에 온갖 아름다운 옷으로 저를 꾸며주세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검은 천을 깐 작은 배 안에 저를 태워주세요. 산과 들의 하얀 장미, 하얀 백합을 전부 따다가 배 안에 던져주세요. ―배는 띄워 보내주세요.”
그리고 일레인은 눈을 감았다. 잠든 눈을 뜰 때는 오지 않으리라. 아버지와 오빠는 유언대로 순순히 가엾은 아가씨의 시체를 배에 실었다.
오래 전부터 흐르던 강에는 잔물결조차 죽어 바람이 분다는 사실도 모른다는 듯 고요했다. 배는 지금 초록으로 둘러싸인 그늘을 지나서 중류로 저어 나갔다. 노를 젓는 것은 오직 한 사람, 하얀 머리에 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처럼 보였다. 천천히 젓는 물이 한가로이 움직여 노를 한 번 저을 때마다 납과 같은 빛을 내뿜었다. 배는 물결에 떠 있는 수련이 잠들어 있는 속으로 소리도 없이 들어갔다가, 지나쳐갔다. 꽃받침 기울여 배를 보내고 난 뒤에는, 가볍게 그려진 물결과 함께 잠시 흔들리던 꽃의 모습도 평소의 고요함으로 돌아갔다. 떠밀려 갈라졌던 잎이 다시 떠오른 표면에서는 때 아닌 이슬이 방울을 굴렸다. ―「해로행」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