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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90156530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24-11-15
책 소개
목차
산시로 예고
산시로(본문)
해 설(고미야 도요타카)
책속에서
중학 교사들의 생활 상태를 들어보면 모두 딱한 사람들뿐이지만, 참으로 가엾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사자들뿐이다. 왜냐하면 현대인은 사실을 좋아하지만, 사실에 수반되는 정서는 잘라내버리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잘라내버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세상이 절박하기 때문이니 어쩔 수가 없다. 그 증거로 신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신문의 사회면 기사는 열에 아홉까지가 비극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비극을 비극으로 맛볼 여유가 없다. 그저 사실에 대한 보도로 읽을 뿐이다. 내가 구독하는 신문에서는 사망자 10여 명이라는 표제로 하루 사이에 변사한 사람의 연령, 호적, 사인을 6호 활자로 1행씩 싣는 경우가 있다. 간결함과 명료함의 극치다. 또 도둑 조견[早見]이라는 난이 있어서, 어디에 어떤 도둑이 들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도둑이 모여 있다. 이것도 지극히 편리하다. 모든 것이 이런 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직도 마찬가지다. 당사자에게는 비극에 가까운 일일지 모르겠으나, 타인에게 그렇게 통절한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고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요함에 갇혀버린 미네코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부채로 이마 부근을 가리고 서 있는 모습 자체가 이미 그림이었다. 산시로가 보기에 하라구치 씨는 미네코를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불가사의하게 깊이가 있는 그림에서 그 깊이만을 있는 힘껏 뽑아내어 평범한 그림으로 미네코를 다시 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의 미네코는 이 고요함 속에서 점차 제1의 미네코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산시로에게는 이 두 명의 미네코 사이에 시계 소리가 닿지 못하는 고요하고 긴 시간이 함축되어 있는 듯 여겨졌다. 그 시간이 화가의 의식에조차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흐름에 따라서 제2의 미네코가 마침내 뒤를 따라온다. 이제 곧 양쪽이 딱 만나서 하나가 되기 직전에 시간의 흐름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영원 속으로 흘러가 버린다. 하라구치 씨의 브러시는 거기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따라서 산시로의 머릿속에 있는 미네코의 모습은 언제나 실제보다 확대되어 움직이고 있는 데 반해서, 미네코의 머릿속에 있는 산시로의 모습은 실제보다 축소되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미네코가 보고 있는 산시로는 미네코가 느끼고 있는 산시로보다 존재감이 옅었다. 적어도 반성을 하고 볼 때에는, 산시로를 사랑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반성하지 않을 때에는, 혹은 반성의 건너편에서는 틀림없이 산시로를 사랑하고 있다. 그것이 산시로에 대한 미네코의, 산시로를 놀리고 있는 것 같은, 산시로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 같은, 산시로를 떼어내려는 것 같은, 산시로에게 의지하려는 것 같은, 여러 가지 예측할 수 없는 태도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