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6687696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고요한 삶의 여백 속으로 _정목 스님
프롤로그 첫사랑을 돌아보다
고요한 산사로 갔다
가장 낮은 자리에 머무는 일
선택은 때론 눈물을 남긴다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누구에게나 겨울은 찾아온다
예순 살,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마음껏 흘러보아라
설레는 우정, 가슴 시린 염려
절대 고독의 시간
에필로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민재 행자의 삭발식 날, 큰스님과 어른스님이 정좌한 가운데 민재 행자(수습 스님)의 목에 보자기가 둘러졌다. 한 사람의 삶이 갈라지는 순간을 마주하기라도 한 듯 모두들 숨을 죽였다. “싹둑.”단칼에 무 베이듯 머리카락이 잘려나갔다. 모두들 무덤덤한 표정. 삭발식은 몹시도 담담했다. 오히려 민재 행자는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웃지마. 웃으면 안 돼!” 무진 스님의 단호한 목소리를 듣고서야 민재 행자는 멈칫 웃음을 거두었다.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 웃음이 났는지…… 좋아서 그랬나 봐요. 그냥, 바랐던 일이 이루어져서 계속 웃음이 났던 것 같아요.”
- 52~53p(가장 낮은 자리에 머무는 일)
수계교육원의 문을 들어서는데 누군가 상욱 행자를 와락 붙들었다. 칠순이 넘은 어머니가, 삭발은 했으나 딸이기도 한 상욱 행자를 붙들고 통곡을 한다. “안 된다, 안 돼. 제발…….” 아버지는 한 발 떨어져 먼 하늘을 바라본다. 애끓는 모정은 딸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상욱 행자의 바랑을 움겨쥔 손에 어미의 한이 서린다. “엄마, 보내주세요. 가야 해요. 엄마, 제발…….” 자식 이기는 부모 있던가? 끝내 어머니는 딸의 바랑을 놓고 주저앉았다. 끄윽끄윽 울음소리가 가슴을 친다.
상욱 행자는 그야말로 ‘엄친딸’이었다. 국내 명문대 졸업 후 미국의 유수대학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부모 속을 썩인 적이 거의 없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공부를 했고, 자연스럽게 학위를 받았고, 자연스럽게 교수 임용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님께는 자식으로서 못할 짓 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죠……. 누구한테나 자기 자신이 제일 소중해요. 결국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73p(선택은 때론 눈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