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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6738206
· 쪽수 : 35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
당신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어. 파란 눈은 차가워 보였고, 얇은 입술은 꼭 다물려 있었어. 난 시트를 최대한 끌어올려 눈만 내놓은 채 당신을 바라봤어. 온통 뻣뻣하게 얼어붙은 채로. 당신은 거기에 서서 내가 말을 하기를 기다렸어. 내가 질문을 하기를. 하지만 질문이 나오지 않자 당신이 먼저 대답했지.
“내가 널 여기로 데려왔어. 구역질이 나는 건 약 때문이야. 한동안은 기분이 이상할 거야. 호흡도 얕을 거고, 현기증에 구역질도 날 거야. 환상도 보일 거고…….”
말을 하고 있는 당신의 얼굴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어. 난 눈을 감았어. 눈꺼풀 안쪽으로 조그만 별들이 나타났어. 빙글빙글 도는 조그만 별들로 가득 찬 은하수. 당신이 내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어. 점점 더 가까이. 난 목소리를 짜냈어.
“왜요?”
힘없는 소리로 내가 물었지.
“그래야만 했으니까.”
매트리스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당신이 침대에 앉자 내 몸이 조금 솟아올랐어. 난 몸을 피했어.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다리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어.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았고, 난 거기에서 떨어질 것만 같았어. 금방이라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아 머리를 침대 밖으로 내밀었지만, 구역질은 나지 않았어. 난 몸을 웅크려 다리를 끌어안았어. 가슴이 답답해서 울음도 나오지 않았어.
“여기가 어디예요?”
대답을 하기 전에 당신은 잠깐 뜸을 들였어. 숨을 들이마셨다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자세를 바꾸느라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그때 난 깨달았지. 당신이 내는 소리 외에는 다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걸.
“넌 여기에 있어. 넌 안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