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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96771869
· 쪽수 : 567쪽
· 출판일 : 2016-08-12
책 소개
목차
1부 피라미드형 물체
2부 살인광선
3부 황금의 섬으로
4부 지구 맨틀 굴착
5부 독재자 가린의 파멸
리뷰
책속에서
미녀 조야 몬로스가 화공산업 황제의 정부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투쟁과 승리의 의미가 뭔지도 모르는 얼간이들은 세상만사가 우연의 일치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저 친구 행운아야.》― 그들은 질투심에 사로잡혀 이런 말을 툭툭 내던진다. 그러면서 성공한 자를 기적이 만들어낸 행운아로 치부한다. 이와는 정반대로 성공한 자가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그 덜떨어진 인간들은 앞뒤 사정도 살피지 않고 그가 신에게 버림을 받아 행운이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고 야유를 퍼붓는다.
그렇지 않다. 이 세상에서 우연의 일치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이성과 의지의 힘에 의해 조야 몬로스는 롤링의 침대로 인도되었다. …
“하지만 난 올바른 길을 가고 있어. 온 세상이 내 손 안에 들어오게 될 거야 ― 두고 보라구!” 손이 작은 가린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 인생행로에서 가장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준 건 ― 천재의 두뇌를 가진 만체프 니콜라이 흐리스토포로비치, 그 다음은 롤링, 더 정확히 말해서 그의 엄청난 재력, 세 번째로는 ― 내가 만든 살인광선…”
“근데 거기에 왜 만체프가 들어가 있지?”
“바로 그때, 전쟁이 한창이던 1915년에 난 내가 갖고 있던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매수행위보다 더 파렴치한 짓을 했거든. 만체프를 병역의무에서 벗어나게 한 뒤 그를 소규모 지질 탐사단에 합류시켜 캄차카, 그러니까 열악한 환경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오지로 보냈던 거야… 1917년이 되기도 전에 벌써 내게 편지가 날아들었는데 그가 일이 힘에 부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근무 환경도 최악이라는 거였어… 1918년부턴 ― 어떻게 됐는지 알아? ― 글쎄, 그 친구가 종적도 없이 사라진 거야… 그의 지질 탐사에 내가 모든 걸 걸고 있었는데…”
가린이 광선 무기의 총구를 문 쪽으로 돌렸다. 방향을 바꾸는 도중에『빛의 줄기』에 닿은 전선이 절단되었다 ― 천장에 매달린 전등에 불이 꺼졌다. 바늘처럼 가늘고 곧은 눈부신 빛이 광선 무기의 총구에서 내뻗쳐 출입문 위를 비추었다 ― 나뭇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광선이 아래쪽으로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발에 밟혀 죽는 고양이의 울부짖음 같은 날카로운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광선에 정통으로 맞아 몸뚱이가 힘없이 풀썩 쓰러졌다. 방바닥에서 2피트쯤 되는 높이에서 광선이 춤추듯 너풀너풀 움직이고 있었다. 살점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갑자기 방 안이 정적에 잠겨 들었다. 광선 무기의 발진기 안에서 화염이 확확 타오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가린이 잠시 기침을 한 뒤 잘 나오지 않은 탁한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
“깨끗이 처리됐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