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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7150847
· 쪽수 : 110쪽
· 출판일 : 2015-07-31
책 소개
목차
自序
제1부
손맛
아,아
지렁이
연리지
용영이 형
이름 하나 외우며
이별법
온 몸이 귀가 되어
울음을 손질하다
이 세상을 사냥하는 법
제2부
동치미
추억도 문을 닫았다
수박의 말
작은 어머니
어떤 이별
셀렝게의 길 1
셀렝게의 길 2
우리는 하나의 길이 되었어요
실종
어느 날
제3부
미행
곤명에서
어떤 추억
손
세월은 나만 데리고
취호공원에서 쓴 엽서
너에게 가는 길
검은 잉크
슬픔만큼 따듯한 기억이 있을까
단단한 꽃
해설/ 치유, 혹은 사냥으로서의 시 쓰기·김유중
책속에서
울음을 손질하다
감나무 가지마다 바람이 걸리고 나무에서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 유령처럼, 소리 없는 목소리로 누군가 나를 끊임없이 부르는 소리에 답하지 않으려고 나는 입을 닫아걸었다
상복을 입은 오빠는 방바닥을 닦고 안방 누런 벽지에 심지어 부엌 나무기둥에 숯검댕이로 쓴 낙서 ‘죽음이 너무 가볍다’ 검은 글씨를 박박 문질러대며 입속에서 자라는 침묵의 혀를 베어물었다
몰락한 집안의 비극을 지워내는 병 깊은 그와 나는 퇴색한 앨범과 남루한 옷들을 모두 두엄더미 위로 날랐다 그믐달은 감나무 밭을 지나 대나무 밭을 지나 지붕 위로 마루 끝으로 두엄더미 위로 제 울음을 끌고 내려왔다
마침내 나는 날선 침묵을 꺼내어 그 아가미를 잡고 비린 내장을 꺼내고 지느러미를 손질하고 등뼈를 발라내었다 잔가시를 뜯어내고 조림용 생선처럼 머리와 꼬리를 버리고 살집 좋은 울음 네 토막을 그릇에 담아 찬장에 두었다 집안에서는 젖은 생애의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