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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7702006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1-12-1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제1부
피의 가계 1973 13
편지 – 아버지1 14
어떤 평화주의 16
11월 17
오지 않는 편지 18
말복 – 아버지2 20
불 21
동창생 24
즐거운 장례 26
아버지의 손 28
길 30
제2부
무제 39
붉은 새벽 40
인사동 길 위에서의 하룻밤 42
이름 하나 외우며 4 44
고사목 1 46
고사목 2 48
고사목 3 50
고사목 4 51
고사목 5 52
가로등 3 53
가로등 4 54
가로등 5 56
제3부
꿈꾸는 자세 59
묘지 산책 60
눈물로 오는 사랑 61
모르는 거리에서 62
초대장 64
불면 66
너밖에 없었다 68
기울어지는 뼈 70
이민자 72
최후기도 73
죽음 시대 76
제4부
시베리아 벌판을 달리며 81
시베리아 벌판에 비가 내린다 82
예니세이 강가에 서 있었네 86
예니세이 강가에서 부르는 이름 88
알혼 섬에서 쓴 엽서 90
공원에서 – 2010, 프라하1 92
광장을 지나며 – 프라하2 94
프라하의 낮 – 너를 보내고 95
더블린의 예이츠학회 건물 방명록에 너의 이름을 쓴다 96
코타키나발루 해변에서 – 김수복의 「저녁은 귀향歸航 중」을 보고 98
북경공항 터미널에서 100
이르츠크와 알혼섬을 오가는 배 안에서 103
제5부
고흐의 무덤 앞에서 109
빈센트 반 고흐 112
성 폴 요양소 앞에서 114
오베르의 교회 먼지 희뿌연 방명록에 116
발자크박물관 방명록에 낯선 내 이름을 쓴다 118
카리카손의 밤에 쓴 엽서 120
섬 122
칸느의 비 오는 거리 124
클리아스 강에서 부르는 노래 126
아무르 강가에서 130
프라하에서 온 편지 132
해설 그리운 남쪽, 그 이후 • 고봉준 135
저자소개
책속에서
꿈꾸는 자세
많이 그리우면 고향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잔다
더 많이 그리워지면 그 꿈속에서도 얼굴을 돌리지 않는다
애벌레처럼 돌돌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피의 가계 1973
잦은 살생의 죄는 내게 물으시고 밀양 박씨 종부인 내 며느리 상한 데 없이 죽음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원컨대 내 며느리 몸에 든 죽음을 작년에 죽은 박쥐에게 백년 전에 죽은 들쥐에게 나눠 주소서
해 떨어지는 소리들 대나무 밭 가득 차오르면 할아버지는 깃발처럼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단칼에 분리 된 오리 몸통과 목 사이에서 분수처럼 솟는 따뜻한 피, 내가 들고 있는 막사발을 채운다 병이 깊은 엄마가 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막사발을 받아 든다
동서남북 한 차례씩 절을 올린 할머니는 피 묻은 오리털로 며느리의 머리와 가슴과 얼굴과 등과 두 팔 마른 다리와 발등을 꼼꼼히 쓸어내린다 오리 몸통이 가마솥 안에서 끓는 동안 아궁이마다 장작 타는 소리들 요란하고 안방 구들장 데워지는 기운들 뒤란까지 훈훈하게 돌아간다
즐거운 장례
요양원살이를 하던 오빠가
마침내 죽었다
강원도 주문진에 사는 맏누이와
경기도 동탄 수원 발안, 전라도 광주에 사는
남동생 넷과 여동생 넷
심지어 시애틀에 사는 동생까지
한밤중에 장례비 각출을 했다
다섯은 본명으로 다른 다섯은
이미 개명한 낯선 이름으로
‘작은어머니’ 통장에 숫자로 찍혔다
살아서 애물단지의 죽음이
뿔뿔이 흩어져 살던 핏줄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다
장례비는 오빠의 응급실 병원비부터
그리고 화장터 사용료와
꽃값 설렁탕 값 운구차 운임
운전기사 팁 식대까지
지불하고 지폐 몇 장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