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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7270293
· 쪽수 : 170쪽
· 출판일 : 2016-10-15
책 소개
목차
1. 무작(54편의 연작시)
마하 摩訶 ⃦ 반야 般若 ⃦ ⃦바라밀다 波羅蜜多 심경心經
관자재보살 觀自在菩薩 조견 照見 오온 五蘊 개공 皆空 도 度
일체고액 一切苦厄 사리자 舍利子
색불이공 공불이색 色不異空 空不異色
색즉시공 色卽是空
공즉시색 空卽是色
수상행식 역부여시 受想行識 亦復如是
시제법공상 是諸法空相
불생불멸 不生不滅
불구부정 不垢不淨
부증불감 不增不減
시고 是故
공중무색 空中無色
무수상행식 無受想行識
무안이비설신의 無眼耳鼻舌身意
무색성향미촉법 無色聲香味觸法
무안계 無眼界
내지 乃至
무의식계 無意識界
무무명 無無明
역무무명진 亦無無明盡
무노사 無老死
역무노사진 亦無老死盡
무 無 고 苦 집 集 멸 滅 도 道
무지역무득 無智亦無得
이무소득고 以無所得故
보리살타 菩提薩唾
고심무가애 故心無罣碍
무가애고 無罣碍故
무유공포 無有恐怖
원리전도몽상 遠離顚倒夢想
구경열반 究竟涅槃 삼세제불 三世諸佛 득 得
아뇩다라삼먁삼보리 阿耨多羅三藐三菩提
시대신주 是大神呪 시무상주 是無上呪 시무등등주 是無等等呪
능제일체고 能除一切苦 진실불허 眞實不虛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
經外 詩
2. 기도
3. 아직 낡지 않은 책상
시평 - 유한근, 계간 <인간과문학> 주간. 동국대 문예창작과 교수
책속에서
1. 마하 摩訶
어머니 마음이 이만치 될까
퇴근시간 늦으면
바람에 삐거덕대는 대문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마음이
‘마하’만 할까.
그 사랑, 우주보다 크다.
2. 반야 般若
바다보다 땅이 넓다.
물을 버리고 나면 빈 그릇 남듯
바다 아래도 땅이다.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지혜,
반야다.
3. 바라밀다 波羅蜜多
나이만큼 번뇌의 숫자도
줄어든다. 그저,
잘 죽을 걱정만 하면 된다.
단 하나
다음 생에 또다시 이 짓을
반복해야 한다는 염려에
조그만 복이라도 지어봐야지
생각만 짓다가 또 하루
석양을 맞는다.
4. 심경 心經
이거 하나는 가지고 살아야지.
자식에게 남겨줄 멋진 한마디 말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정리된 언어 하나는 갖고 살아야지.
5. 관자재보살 觀自在菩薩
중국 한 관리가 빈 쌀독 부여잡고 울고 있는 아낙네 보고 측은지심 일어 금화 한닢 전해줬대요. 아비가 그 일 알고 돈을 빼앗아 도박장 가려다가 말리는 아들도, 부인도 죽이는 일이 있었다지요. 세인들이 할 수 있는 자비심이 거기까지네요.
모스크바 박물관에는 늙은 노인에게 젖을 빨리는 젊은 여인의 그림이 망측하게 걸려 있어요. 혁명을 꿈꾸다 아사형을 받고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에게 막 해산한 딸이 가슴을 내어줬대요. 생명을 가엽게 여기는 건, 부끄러운 일도 무언가 바라고 하는 일도 아니랍니다. 그 여인이 바로, 관세음 관자재 대비관음보살입니다.
16. 시제법공상 是諸法空相
잡초를 베어 낸 자리에
야생화 어떤 꽃 심을까
고민하는 사이에
땅 아래 밑둥서 싹이 오르더니
흰 민들레 피었다.
우주만물은 이미 가득 채워져 있는데
헛고생 했다.
27. 무의식계 無意識界
물고기가 집을 짓고 낮잠을 자는데
황새가 날아와 콕콕 부리로 집을 흔든단 말이지
깜짝 놀라 집에서 나오면 잡아먹힐 것이고
무신경하게 계속 잠을 자면 또하루 지나갈 것인데
황새가 배를 채우느냐 물고기가 사느냐는
결국 지 하기 나름이지.
황새하기 나름이지, 물고기 하기 나름이지.
28. 무무명 無無明
십초도 버티지 못할 무게를
들었다 놓는 역도선수 친구도,
일분도 지나지 않아 사라질 분노에
차량에서 고함을 질러대는 운전자도,
오년도 지키지 못할 권력을 쥐고
세상을 다 바꾸겠다는 위정자도,
나도
조주의 뜰에 모두 오시어
차나 한잔 하시게.
38. 이무소득고 以無所得故
여보, 옆집 영순이네 갔시유.
더 갖고 싶다
더 사랑하고 싶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타고 싶다
더더더 하다가, 간밤에
그냥 갔시유. 돈이 쬐까 뿐인데 부줏돈 더 달라 안하겠쥬?
經外 시
기도
전생에 기도 좀 더하지
복 좀 더 쌓아놓고 이 세상 오지
어쩌다 내게로 와서
가난한 집으로 시집와
피곤한 몸 눕히고 땀 송글송글 맺히며
골아 잠자고 있누.
다음 생엔 좀 더
많이 가진 남자 만나라고
잠든 아내 대신 기도한다
아직 낡지 않은 책상
베니어 합판으로 만든 앉은뱅이 책상
나 태어나기 전
공부 시작한 누나 위해 만든 아버지 소품을
50년 세월 끌고 다니다 보니
다리 한쪽 균형이 맞지 않아
나무를 덧대 아이들이 쓰고 있다.
몇 번의 이사에도 버리지 못하고
책상도 밥상도 쓰고 있다.
늦은 귀가 날,
책상 위에 아이가 아빠보란 듯 성적표를 올려놨다.
귀한 베니어 합판 구해
뚝딱거리며 책상 만들던
할아버지 마음을 손녀가 채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