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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7322237
· 쪽수 : 331쪽
· 출판일 : 2015-01-13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6
1부
갯벌의 만종_자은도 1 20
여인송의 슬픔_자은도 2 30
비구니와 비구의 사랑이 놓은 징검다리_박지도 37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_안좌도 48
산 사람은 날 가고 달 가면 살아지는데_팔금도 59
2부
중국의 닭 우는 소리 들리는 섬_가거도 68
외딴섬에 숨어 사는 사내처럼_만재도 81
60개 국을 떠돌다 정착한 고향 섬_하태도 94
흑산도 사람들은 삭힌 홍어 잘 안 먹어_흑산도 108
순간인 줄 알면서 영원처럼_홍도 124
3부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돌_도초도 1 138
할머니 울지 마 내가 영감 하나 사 주께_도초도 2 149
내가 김일성이 아들이요_비금도 1 158
길에서 만난 현자들_비금도 2 169
우이도 처녀, 모래 서 말 먹고 시집가다_우이도 178
섬마을 총각 선생님_동서 소우이도 194
4부
공주와 대통령_하의도 1 204
대중이는 고향에 암것도 안 해 줬어_하의도 2 213
장어가 뱀하고 똑같아!_장산도 1 223
슬픔도 가락을 타면 흥이 된다_장산도 2 235
소금 섬 가는 길_신의도 1 247
할머니 뱃사공_신의도 2 258
5부
1만 마리 갈매기가 우는 집_임자도 1 266
죽음으로 일제에 저항했던 타리 기생들_임자도 2 274
술집 색시와 사랑에 빠졌던 선원의 순정_재원도 286
우리는 모두 아득히 먼 곳을 떠도는 외로운 사람들_증도 1 300
보물섬_증도 2 310
갯벌의 기도_병풍도, 대기점도 31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밀물의 시간이면 조류를 따라 들어온 물고기들이 저 그물에 꽂혀 사과처럼 주렁주렁 매달리게 될 것이다. 사내는 다시 물이 빠지면 갯벌에 나가 사과를 따듯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을 따다가 내다 팔고 곡식을 사 올 것이다. 바다는 그렇게 오랜 세월 어부인 저 사내와 사내의 가족을 먹이고 입히고 키워 왔을 것이다. 사내의 개막이 그물 뒤로 늘어선 재래식 김양식장인 마장발의 수천, 수만 개 말뚝도 사내 같은 어부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꽂아 나간 것들이다.
자신은 깨닫지 못하지만 풍경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풍경과 분리되지 않고 풍경 속에 녹아들어 풍경의 일부가 되어 버린 사람들. 한운리 갯벌의 풍경은 마침내 스스로 풍경이 된 저 어부로 인해 완성된다. 과거에 흔했던 갯벌 풍경은 이제 전설이 되어 가고 있다. 매립과 간척으로 갯벌이 사라져 가는 시대. 갯벌이 사라지면서 그물을 치는 어부들도 사라져 버렸다. 갯벌의 저 어부는 끝내 알지 못하리라. 그 자신이 갯벌 어업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저 풍경은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만종’ 같다. 저것은 필시 갯벌의 ‘만종’이다.
- 자은도
논농사를 지을 때는 사람들이 해마다 둑을 보수하고 관리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갯벌에 나가 일렬로 서서 뻘 흙을 퍼서 전달해 주면 그것으로 터진 곳을 ‘땜빵’했다. 둑의 안쪽에는 원안이라는 것도 있었다. 제방과 논둑 사이에 고랑을 파서 물을 채운 것이 원안인데, 원안은 논에 바닷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그래서 그런 논들은 원안의 논이라고도 했다.
독살이 아니라는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도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건 독살보다 더 중요한 발견이 아닌가. 독살은 어업 유산이지만, 원안의 논은 섬의 농업 유산이고 갯벌 문화다. 참으로 흥미롭고 소중한 유물이다. 사람이 갯벌을 빼앗아 논을 만들자 바다는 갯벌을 되찾으려고 끊임없이 싸움을 걸었다. 그러다 방조제에 구멍을 내서 마침내 갯벌을 되찾아 간 것이다. 사람에 대한 바다의 승리. 갯벌이 논이 되고 논이 다시 갯벌이 되는 생태 순환의 산 증거물이 아닌가. 반드시 보존해야만 할 자연 유산이고 농업 유산이다.
- 박지도
점심상이 차려졌다. 막 한 따뜻한 밥에 열기구이와 우럭매운탕, 전복장조림까지 진수성찬이다. 배고픈 나그네는 염치불구하고 밥그릇과 반찬들을 싹싹 비운다. 작고 외딴섬들에는 대부분 식당이 없다. 하지만 나그네는 그런 섬에서 단 한 번도 밥을 굶은 적이 없다. 어느 큰 섬의 식당에서보다 맛나고 풍성한 식탁으로 배를 채웠다. 개발이 덜 되고 사람이 귀한 섬일수록 인심이 후하다. 그래서 그런 섬들을 다니며 가장 많이 듣는 말 또한 “밥 먹고 가시오”다. 평생 다시 볼 일 없을 나그네에게 생선 굽고 국 끓이고 밥상 차려 주는 마음이란 대체 어떤 마음일까. 죽임이 난무하는 시대에 진정 살림의 밥상이 아닐까. 그 마음은 또한 보살의 마음이 아닐까.
- 하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