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7870110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5-12-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서른아홉과 마흔 사이, 문지방의 경계에서 부탄을 만나다
1장_ 세상의 오아시스, 부탄에 오다
행복의 나라로 가자 |강남 스타일? 부탄은 팀푸 스타일!|부탄의 첫날밤, 누구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리라|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도, 빅부다를 만나다|타임슬립,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1- ‘부탄 축구’의 아버지 고 강병찬 감독을 찾아서
2장_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시간은 그대로, 언제나 사람이 변한다 |첫 만남, 열두 살 소년 점소|목숨에 관하여|사교육이 없는 나라, 교육 철학이 있는 나라|누구라도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되리라|버터차의 추억|이토록 쿨한 여자들을 봤나?|홉지카에서 만난 소녀들
3장_ 마지막 샹그릴라, 부탄의 자연에 취해
울고 싶은 날 _ 탁상사원에서1|죽음에 관하여 _ 탁상사원에서2|두 바께스의 물과 7번 방의 기적|부탄 처녀들이 남자를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혀 위의 부탄|푸나카의 강물은 인도로 흘러간다|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부탄에 사는 네 명의 한국인과의 만남|유기농 채소 한 뿌리에 담긴 행복의 진리
4장_ 부탄, 그 강렬한 행복의 기억
타임슬립,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2|운수 좋은 날|농가에서 집밥을 먹다|그러면 소는 누가 몰아? |달콤한 도시, 팀푸!|정 때문에 |피고 지는 꽃과 6개의 세상|부탄을 떠나며|카트만두에서 아리랑을 만나다|황소 두 마리의 꿈
에필로그_사람이 그리울 때, 다시 삶을 사랑하고 싶을 때면 부탄에 가고 싶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부탄 사람들에게 놀란 부분은 다른 데 있다. 다름 아닌, 그들의 기도 스케일이다. 기도에 무슨 스케일이 있나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보통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것 같다.
“부탄 사람들이 매일 드리는 기도가 뭔지 아세요?”
“글쎄요. 가족에 대한 걱정? 재물에 대한 기도?”
“틀렸어요. 자신의 부귀영화도 아니고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것도 아닌 오로지 자연이 그대로 있기를 원하는 기도예요.”
“자연이 그대로 있기를 원한다고요?”
“산이 거기에 있고, 별이 그 자리에 있으며 인간이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요.”
“아! 부탄 사람들의 기도는 사사로운 욕심이 아니군요. 대자연과 우주에 대한 기도라니…….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더욱이 부탄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물고 뜯으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은 남을 생각하고 배려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이미 많이 가졌음에도 더 많은 것을 누리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세상이 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파트 평수를 넓혀가고자 하는 기도가 아닌, 내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는 기도가 아닌, 그저 하늘과 별이 제자리에 있길 바란다는 그들의 기도는 내게 엄청난 감동을 안겨주었다. 부탄에 다녀와서 이 나라에 푹 빠진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었다.
“부탄 사람들이 하는 가장 작은 기도가 뭔지 아세요?” “작은 기도요? 글쎄요…….”
“세상에서 제일 작은 기도가 인류 평화나 전쟁에 관한 것들이라고 해요. 얼마나 스케일이 큰 사람들인지 짐작이 가나요?”
이 작은 체구의 몸으로 그들은 어쩌면 저리 큰 생각을 품을 수 있을까? 영화로 치면 부탄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블록버스터급인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도, 빅부다를 만나다> 중에서
직물 공장을 나서 길을 따라 내려오니 종이 공장(Paper Factory)이라고 쓰인 아담한 백색 건물이 있었다. 이곳은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는데 공장 내부의 풍경은 마치 색채를 잃어버린 듯 낡은 느낌이었다. 마당 한가운데 위치한 커다란 가마솥에서는 종이의 원료가 될 나무 껍데기 같은 것들이 펄펄 끓고 있었다. 직물 공장이나 종이 공장을 방문하면서 나는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갔던 시장 골목이 떠올랐다.
서울에서 태어난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엄마 손을 잡고 들어선 골목은 가내 수공업을 하는 작은 주택들이 즐비했다. 이를테면 콩나물을 사기 위해 정아네 콩나물 집에 간다거나 두부를 사려고 연희네 두붓집에 들르곤 했던 기억들 말이다. 지금 떠올려 봐도 콩나물 시루는 참 풍성했고 사각 판에 꽉 들어찬 두부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나는 종이 공장 한가운데 서서 아련한 기분을 맛보았다. 우리는 이제 어디를 가도 정아네 두부나 연희네 콩나물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골목 상권까지 장악한 슈퍼마켓에 가면 1회용 팩에 담긴 네모반듯한 두부가 칸칸이 정리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차갑게 식어버린 두부는 단단하지도 않고 어딘가 모르게 헛헛하다. 그 부실한 두부로는 한 모를 다 썰어 찌게에 넣어 먹어도 왠지 허기가 진다. 갑자기 우리가 살고 있는 회색의 번듯한 도시가 을씨년스러운 공간으로 느껴졌다. 부탄에 와서 나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는 슬픔이 어떤 감정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부탄에 오면 누구라도 예전의 나를 만나게 된다.
<누구라도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되리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