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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98450090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4-01-2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누구 ……?”
당신은 누구.
당신은 누구.
당신이야말로 누군가요?
나는 나와 꼭 닮은 여자를 아연실색해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닮은 정도가 아니었다. 머리 모양도 화장도 달랐지만 눈앞에 있는 인간은 나와 너무도 똑같았다.
자세히 볼 것도 없이 한눈에도 알 수 있다. 머릿결, 피부, 목소리도 좀 닮은 게 아니라 완전히 똑같다. 그것은 기묘한 확신이었다. 그저 닮은 정도가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완전히 똑같은 것이다.
꼼짝도 하지 않는 발뒤꿈치에서 점차 공포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공포가 등짝을 피아노 터치로 타고 올라 머리 앞으로 쑥 빠져나갔다. 동시에 주술이 풀렸다.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눈앞에 있는 여자를 밀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그건, 나였다.
잘못 본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였다.
무서워.
도망쳐야 해.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았다.
이성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나는 몸속에서 솟아오르는 본능적인 공포에 떨었다.
“그렇죠. 저도 긴가민가해요. 자라온 환경과 이름이 똑같다는 건 이상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몸을 가지고 각각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다른 인간이잖아요.
혹시 우리가 쌍둥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더 자연스럽죠. 친척도 없고, 우리가 태어났을 때의 일을 알고 있는 건 아버지밖에 없으니까, 아버지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지 않겠어요?
저도 이제 와서 새삼 아버지를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녀는 또 입을 다문다.
똑같은 인간치고는 어쩐지 반응이 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성질이 급하고 말투가 빠른 쪽이다. 하지만 그녀는 무엇을 물어봐도 대답이 느리다. 시골에서 지내다 보면 성격이 그렇게 느긋해지는 걸까.
“그렇네요. 아버지를 만나볼까요?”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녀가 불쑥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