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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8480707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6-07-19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_ 당신은 진정 살아있는가
I 나비가 내게 다가왔다
나비를 부치다
고독사
10원짜리 호랑나비
경계선
II 나비에게 배우다
죽은 번데기
어둠의 화려함
망각의 강
눈을 크게 뜨는 법을 배우다
예덕나무
III 더불어 살며 느끼다
마법
지도
산 채로 묻히다
궈싱 향
잠자리채를 내려놓다
IV 나는 나비처럼 살고 싶다
나비 탐미
미(謎), 미(醚), 미(迷)
비행
시대
추천사1 자연에 대한 새로운 글쓰기 / 류커샹
추천사2 나비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다 / 천웨이서우
추천사3 봄 새싹의 기쁜 소식 / 천위펑
한국어판을 펴내며 _ 누구나 쓸 수 있다
사진 부록
리뷰
책속에서
온실 안에서는 도마뱀, 거미, 사마귀, 새 같은 천적의 공격은 없었지만 그 대신 아이와 부모 들이 나비가 몸에 올라앉아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나비를 잡아댔다. 물론 나를 비롯한 해설사들이 나비를 교본처럼 마음대로 뒤집어 펼쳐본 후 놓아주기도 했다.
꿀이 부족하면 나비들에게 꿀을 먹여주어야 했다. 전시관 폐장 시간이 지난 뒤 아르바이트생들이 나비를 ‘채집해’ 커다란 잠자리채에 담은 후 다시 한 마리씩 꺼내 희석한 요구르트에 담갔다. 나비가 체력이 없으면 다음 날도 계속될 관람객들의 방문에 응할 수 없고 그들 앞에서 활기찬 날갯짓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비는 온실 안의 애완곤충이기를 거부했다. 매일 아침 온실에 출근해서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나비 사체를 줍는 것이었다.
- <나비를 부치다>
요즘 반딧불이 유행하면서 반딧불의 일생을 전시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여름밤이 되면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을 깜박이며 반딧불을 찾지만, 애초에 누가 그들의 빛을 꺼버렸는지 기억하려는 이는 없다. 관람객들은 여과지도 붙이지 않은 손전등을 반딧불에 마구 비추어대고 주전부리를 손에 든 채로 전시관을 어슬렁거린다. 그들 중 반딧불과 진정 교감하려는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왕얼룩나비와 함께 찍은 사진은 그들에겐 그저 남에게 뽐내기 위한 종이 한 장일 뿐이다.
- <나비를 부치다>
생존 과정이 모두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황토색희미날개나비 유충은 모시풀, 싸리풀 등 독성이 없는 풀을 먹고 있었다. 힘없는 그들이 포식자의 공격 앞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허장성세뿐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독성을 가진 나방류 유충은 모두 쇠가시 돋친 철갑을 두르고 있음을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온전히 자신을 보호할 수 없으므로 모방자들은 언제나 가슴을 졸여야 했다. 가면 뒤에 숨겨진 진실이 언제든 들통 날 수 있었다. 특히 한 번도 쓴맛을 보지 못한 풋내기 새를 만나면 더욱 그랬다. 그래서 황토색희미날개나비 유충들은 또 한 가지 묘수를 짜냈다. 먹이를 먹을 때든 잠을 잘 때든 한데 뭉쳐 있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똬리를 틀고 있는 거대한 구렁이처럼 보여 포식자들에게 겁을 주어 도망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것은 군체(群體)의 투쟁이었다. 단 한 마리 유충도 밖으로 나가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 <고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