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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사 일반
· ISBN : 9788998602642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8-02-22
책 소개
목차
서문
한국 풍류 사상의 맥락
새벽을 연 무애인(無碍人) 원효
불의의 시대에 의를 지킨 김시습
절개와 의기를 살린 문인 남효온
송도삼절의 고고한 선비 서경덕
태백북두와 같은 도학자 퇴계 이황
경(敬)과 의(義)의 선비 남명 조식
흙담집 민중의 벗 이지함
조선의 삼당시인(三唐詩人) 이달
호방하고 주체성이 강한 명문장가 임제
혁명을 꿈꾼 쾌남아 허균
유랑벽이 심한 괴짜 화가 칠칠이 최북
태양을 거부한 방랑 시인 김삿갓
지행일치의 독립운동가 이회영
파계가 두렵지 않은 진짜 승려 한용운
화초 ‧ 시조 ‧ 강호와 함께한 이병기
조선의 얼을 지킨 선비 정인보
저항과 씨ᄋᆞᆯ 정신의 야인(野人) 함석헌
법의(法衣) 속에 성의(聖衣) 입은 사도법관 김홍섭
벽을 넘어선 자유로운 영혼 문익환
생명사상의 새 길을 연 장일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들은 체제보다 반체제, 정통보다 이단, 합리보다 파격, 안일보다 고뇌, 안주보다 방랑, 관습보다 탈속이 주특기다. 신념을 위해 제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권력의 유혹에는 허유(許由)나 소부(巢父)처럼 귀를 씻으며, 결단코 재물이나 체면에 급급하지 않는다. 고루한 인습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예속의 끈을 잘라버리며 정해진 틀이나 규격에 끼워 넣으려고 하는 획일주의를 거부한다. 거부할 뿐만 아니라 틀을 바꾸고자 한다.
이들은 유별난 꿈과 정열의 소유자이고 출중한 능력을 가진 자이며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낭만과 정서를 간직한 사람이다. 세속의 금줄(禁制)을 벗어던진 탈선자이고, 고린내 나는 상투 속의 권위에 단발령을 내리는 자이고, 사대주의적 학문에 찌든 먹통들을 깨부수는 의병이고, 곡필과 궤변으로 이름을 날리는 논객을 무찌르는 촌철(寸鐵)의 게릴라 대장이다.
사육신이 처형되었을 때의 일이다. 세조가 볼 때, 단종 복위를 꾀했던 사육신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대역 죄인이었다. 결국 그들은 처참하게 처형당하고, 삼족이 모두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화를 입었다. 그들의 시신은 갈기갈기 찢겨진 채 노량진 남쪽 새남터에 버려졌다. 갈까마귀가 하늘을 날아오르고 들쥐가 시신을 뜯어 먹는 것 외에 그곳은 사람의 그림자도 얼씬거릴 수 없었다. 후환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버려진 충신들의 시신을 주워 모아서 하나씩 등에 지고 강을 건너는 사람이 있었다. 서릿발 치는 무도의 난세에 그런 일을 할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바로 김시습이었다. 그는 이렇게 혼자서 사육신을 장사지냈다.
어떤 권세가가 최북의 그림을 얻고자 그의 누옥을 찾아왔다. 이자는 자신의 권력을 믿고 반강제로 그림을 그리도록 독촉했으나 응하지 않자 협박으로 나왔다. 자존심이 강한 화가는 결코 비굴하지 않았다. “남이 나를 손대기 전에 내가 나를 손대야겠다.”, “사람이 나를 배반하는 것이 아니라 내 눈이 나를 배반하는구나.” 하며 손가락으로 눈 하나를 찔러 멀게 해버렸다. “밖으로 향할 수 없는 분노가 안으로 되돌려진 것이다.” (최기숙, 『문 밖을 나서니 갈 곳이 없구나』) 이후 그는 외눈박이 화가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