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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8630324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3-10-25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민희는 수업을 마친 뒤 백화점에 들러서 선물을 사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 그에게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다 하더라도 그에게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사주고 싶었다. 뭘까 생각에 잠겨 있던 민희는 옆에 앉아 있는 승현에게 용기를 내서 물었다.
“승현아, 뭐 좀 물어봐도 돼?”
“응? 뭘 말이야?”
책을 보고 있던 승현이 고개를 돌리고 민희를 쳐다봤다.
“저, 생일 선물로 남자들은 뭘 좋아해?”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민희를 바라보던 승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능청을 떨었다.
“응? 내 생일은 여름이잖아. 지났는데 무슨 선물은.”
“아니…… 그게 아니라…….”
민희는 어쩐지 민망해져서 얼굴을 붉히며 말을 얼버무렸다. 이미 자신이 여자인 줄 알고 있는 승현이라서 편하게 물었지만, 새삼스럽게 부끄러워졌다. 더군다나 승현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태민에게 사줄 선물을 물어본다는 것이 미안했던 것이다.
“아니야? 그럼 누구?”
승현은 태연한 척 집요하게 물었다. 하지만 민희는 얼굴을 굳히며 대답을 회피했다.
“아니야, 수업 마치면 백화점 들렀다가 갈 거야. 가보면 뭔가가 있겠지. 신경 쓰지 마.”
“키스, 안아주기, 밤을 함께 보내기…….”
승현은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낮게 가라앉은 승현의 목소리는 마치 혼잣말을 내뱉는 것처럼 들렸다.
“응? 무슨 말…… 이야……?!”
“생일 선물. 남자라면 그런 것들 아닐까. 자식, 농담이야. 백화점 갈 거면 같이 가자. 마침 나도 볼일도 있고.”
“어, 그래.”
승현은 얼떨결에 뱉어낸 제 속마음을 민희에게 들킨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의 생일이면 민희에게 받고 싶은 선물은 바로 그녀였다. 그녀에게 자신의 간절한 희망 사항을 말하고선 민희가 제 속을 읽을까 두려워진 승현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쓰라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식사를 마친 후 둘은 거실로 나왔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생일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케이크 위에 작은 촛불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민희가 장을 보고 오면서 샀던 작은 케이크였다. 태민의 두 눈이 촛불에 일렁이는 듯했다.
“생신 축하드려요.”
민희는 케이크를 그의 앞으로 당겼다. 하지만 태민은 초를 끄는 대신 짙은 눈빛으로 민희를 바라보았다. 민희는 그의 눈빛에 홀린 듯 숨을 삼켰다. 민희는 손안에 땀이 차오르는 긴장감에 숨을 몰아쉬고선 그의 어깨를 붙잡고 끌어당겼다. 둘의 숨결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민희는 그의 입술 끝에 제 입술을 갖다 댔다. 순간 그가 숨을 들이켜는 것이 느껴졌다. 새까만 눈동자가 뜨겁게 타오른다는 착각이 드는 순간 그녀는 그의 품 안에 갇혔다.
소파에 쓰러뜨리고 그가 양팔로 몸을 지탱하며 민희를 내려다봤다. 크게 숨을 내쉰 태민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여왔다. 코끝이 부딪히고 입술이 맞닿았다.
민희는 머뭇거리며 입술을 열고 그를 맞이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느낌에 정신없이 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벌어진 입안으로 그의 혀가 파고들고 둘의 혀는 얽혀들었다. 한층 높아진 숨결을 둘은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그의 단단해진 아래가 민희의 허벅지 위에 닿아왔다. 민희는 허벅지에 닿아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서는 생경한 느낌에 몸을 뒤로 움찔거리며 물렸다. 하지만 태민은 그녀의 달콤한 육체에 흠뻑 빠진 탓에 더욱 그녀에게 닿기 위해 몸을 밀착시켰다.
중 략
움찔거리며 거친 숨을 토해내던 그는 그녀의 위로 무너져 내렸다. 민희는 그의 땀에 젖은 등 위로 팔을 휘감았다. 맞닿은 가슴이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민희의 가슴 안에 얼굴을 묻고 거친 숨을 내쉬던 그는 가만히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서 물었다.
“많이 아프니? 힘들었지?”
민희는 고개를 저었다. 태민은 그를 온전히 받아낸 그녀를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 품에 안고 깊은 잠이 들었다.
승현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몇 번이고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었다. 백화점에서 적당히 아무거나 사도록 말하지 못한 자신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쓸데없이 내뱉은 그의 말이 날카롭게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키스, 안아주기, 밤을 함께 보내기…….’
머리를 쥐어뜯을 듯 거칠게 움켜쥐고 책상에 머리를 쿵쿵 박아댔다. 아무리 세게 박아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만큼 그의 심장은 갈가리 찢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