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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8697990
· 쪽수 : 401쪽
· 출판일 : 2021-07-15
책 소개
목차
• 우울한 수요일 ······ 9
• 제루샤 애벗 양이 키다리 아저씨 스미스 씨에게 보내는 편지들 ······ 25
• The Original Text ······ 241
책속에서
제 이름을 바꿨어요.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제루샤지만 실제로는 어디서든 ‘주디’로 불려요. 살면서 딱 하나 있던 애칭을 정식 이름으로 삼아야 한다니 정말 안됐지요? 그래도 주디라는 이름을 제가 지은 건 아니랍니다. 프레디 퍼킨스가 편하게 말하기 전에 저를 부르던 이름이에요.
리펫 원장님이 새로 들어오는 아기들 이름을 고를 때 조금이라도 더 독창성을 발휘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전화번호부에서 성을 찾으시거든요―애벗은 첫 쪽에 있답니다. 그리고 아무 데서나 세례명을 따오세요. 제루샤는 묘비에서 발견한 이름이래요. 저는 항상 그 이름이 싫었어요. 하지만 주디는 좋아요. 유치한 이름이기는 하죠. 저다운 이름이 아니에요. 온 가족에게 사랑받으며 응석받이로 자라서 별다른 고민 없고 거칠 것 없이 살아가는, 푸른 눈을 가진 상냥한 애에게나 어울리는 이름이죠. 그런 삶을 살면 좋지 않겠어요? 어떤 결점이 있더라도, 가족에게 응석부리며 자랐다고 비난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렇게 자란 척하는 것도 꽤 재미있답니다. 앞으로는 꼭 저를 ‘주디’라고 불러주세요.
있잖아요, 아저씨. 저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상상력이라고 생각해요. 상상력이 있으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지요. 친절하고, 동정심 있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요. 상상력은 어릴 때 일궈야 해요. 하지만 존 그리에의 집에서는 아주 작은 불꽃이라도 깜박거릴라 치면 그 자리에서 밟아버리죠. 그곳에서 장려하는 유일한 덕목은 의무감이에요. 저는 아이들이 그 말의 뜻을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의무감은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거니까요. 아이들은 뭐든지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할 수 있어야 해요.
제가 수장이 될 고아원은 어떨지 보세요! 제가 잠들기 전에 하고 노는 제일 좋아하는 놀이랍니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생각해요. 식사부터 옷, 공부, 놀이, 벌칙까지. 제가 데리고 있는 고아 중에 아무리 우수한 아이도 어쩌다 한 번은 나쁘게 구니까요.
어쨌든 그 아이들은 행복할 거예요. 어른이 되어서 곤경에 처해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만 있다면 괜찮을 거예요. 제게 자녀가 생긴다면 저는 아무리 불행하더라도 아이들만큼은 어른이 될 때까지 어떤 걱정도 하지 않게 만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