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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8791179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4-04-11
책 소개
목차
레이먼드 챈들러를 기리며
제1장 작품론
글 쓰는 힘을 잃지 않는 섬세함을 얻는다는 것/ 내가 욕을 먹는 이유/ 추리소설가의 분노/ 소설이라는 예술에 대하여/ 작가에게 가장 가치 있는 투자는 스타일/ 작가들의 도덕성/ 독자들에게 기억되는 것/ 표절 시비에 대하여/ 추리소설가와 멜로드라마/ 챈들러 스타일/ 촉매제로써의 탐정/ 대중적이지 않은 예술은 있을 수 없다/ 독자는 신경 쓰지 말라는 멍청한 말/ 프로 작가가 된다는 것/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스타일이 모방되거나 심지어 표절되다 보면/ 추리소설은 돈벌이로 쓴다는 관점/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제2장 작가들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예를 위하여/ 나는 제임스 케인이 싫어요/ 케인, 당신의 문제점은요/ 대실 해밋은 왜 절필했는가/ 얼 스탠리 가드너의 대단함/ 헤밍웨이가 쓴 작품은 사실상 하나/ 로스 맥도널드의 허세/ 도로시 세이어즈의 실패/ 내가 만일 서머싯 몸을 안다면/ 오스틴 프리먼이 이룬 것/ 서머싯 몸의 외로움/ 헤밍웨이를 옹호함/ 피츠제럴드의 매력/ 존 딕슨 카를 읽을 수 없는 이유
제3장 할리우드
할리우드를 경멸할 수 없는 이유/ 좋은 영화가 가능하려면/ 할리우드의 윤리관/ 험프리 보가트와 영화 [빅 슬립]/ 추리소설을 효과적으로 화면에 옮기는 요소/ 할리우드에 필요한 건 배짱뿐/ 와식 작가와 긴 의자/ 히치콕에게 하는 충고/ 할리우드에서 살아남는 방법/ 목을 내놓을 준비는 되어 있다
제4장 필립 말로
필립 말로의 양심/ 필립 말로의 정의/ 필립 말로의 인생/ 필립 말로의 성숙/ 필립 말로의 운명
제5장 일상
캘리포니아/ 편집자가 욕을 먹는 이유/ 나의 비서, 나의 고양이/ 내가 우리 고양이를 존경하는 이유/ 왜 표지에 작가 사진을 싣는 걸 그만두지 못할까/ 나란 사람은/ 나에게 텔레비전이란/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나의 주부 생활/ 취미는 코끼리 수집/ 잃어버린 아름다움/ 기나긴 이별/ 어쩔 수 없는 감상주의자/ 자살 시도 후에 쓴 편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결혼에 대한 몇 가지 충고/ 내 글쓰기 혹은 글 안 쓰기의 문제/ 문제는 단 하나, 외로움/ 여자를 사랑하는 법/ 다시, 사랑/ 나의 죽음에 대하여
리뷰
책속에서
나도 그저 그런 추리소설이 너무 많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모든 종류의 책들이 다 그저 그렇습니다. 하지만 추리소설은 돈벌이로 글을 쓰는 작가들이나 쓴다는 관점은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중 가장 형편없는 작가들은 매 장마다 피를 흘립니다. 우리 중 최고의 작가들도 새 책을 쓸 때 매번 바닥부터 시작해요. 돈벌이로 글을 쓰는 작가란 자시이 하는 일이 가치 없는 줄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기능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죠. 내가 만난 어떤 추리소설가도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좀 더 잘 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죠. 나는 어쩌다 운이 좋은 사람들 쪽에 서게 되었는데, 정말이라니까요, 이 일에는 운이 필요하답니다.
헤밍웨이조차 실망스러울 정도입니다. 그의 작품은 구십 퍼센트가 빌어먹을 자기 복제예요. 그는 사실상 단 한 작품만 쓴 겁니다. 나머지는 전부 같은 몸에 다른 바지를 입은 거죠. 아니면 바지를 안 입었거나. 게다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그 끝없는 집착은 결국에는 좀 구역질이 날 정도입니다. 이 남자는 한 가지 소재만 다룰 뿐 아니라 그마저도 조롱거리로 만들어 버렸어요. 내가 제안하고자 하는 그의 묘비명은, 그가 받아준다면 말이지만, 이렇습니다. “여기 잠자리에서 끝내줬던 한 남자가 잠들다. 그가 여기 홀로 묻히다니 정말 유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과연 끝내줬을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는 건데, 정말로 잘하는 일에 그렇게까지 공을 들이지는 않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무릎 위에 내 비서를 안고 있는 사진이 특히 잘 나왔더군요. 비서라고 하니 아마도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이제 열네 살이 된 검은 페르시안 고양이입니다. 내가 비서라고 부르는 이유는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항상 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지요. 대개는 내가 사용하려고 하는 종이나 교정을 봐야 하는 교정지 위에 앉아 있지만 때로는 타자기 위에 뛰어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책상 구석 쪽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죠. “지금 쓰고 있는 그 원고는 시간 낭비야,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