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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5594307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5-07-15
책 소개
목차
맹수의 침실에 초대받다
만월의 밤
서로의 자리
Interlude 오시리아
징조
Interlude 제라온
당신의 세계
Peripeteia
외전 - 희구希求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너는 돌아갈 테지.”
“어, 아마도?”
쉬운 물음이 아니었는데 대답은 너무 쉽게 나온다. 진은 그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빤히 응시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체가 들통난 데 대한 놀람이나 당황 따위는 어느새 찾아볼 수가 없어 그는 느낀 적 있었던가 싶도록 묵은 감정을 다시 떠올려야 했다. 하지만 더는 상관없다.
진은 그녀의 콧등에 입을 맞췄다. 지금 아무리 이 여자를 안고 또 안아도 변하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안다. 천 아래에 닿는 온기를 힘주어 안고서 그 또한 편히 몸을 기댔다. 서두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닌가. 진이 자세를 편하게 잡는 것을 확인한 윤도 그대로 눈을 감았다. 가상 공간에서 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게 체력 소모가 심해서 좀 자고 싶었다.
얼마 후, 규칙적인 숨소리가 흐르자 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이 여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내키면 잠을 청했다. 그는 감긴 눈꺼풀과 살짝 벌려진 입술을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깰 법도 하건만 그녀는 요지부동이다. 어쩐지 픽, 웃음이 났다. 천으로 가려지지 않은 살결을 음미하듯 감상하다가 그 귓가에 입술을 댔다. 검은 속눈썹이 잠시 흔들린다 싶었으나 이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가라앉는다. 그는 작은 숨을 뱉어 귓가에 속삭였다.
“보내 주지 않을 것이다.”
빌어먹을 년의 장난 때문이라. 아마 그 빌어먹을 년이란 윤이 있던 세계의 다른 인간을 말하는 것이겠지. 마음만 내키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써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렇다면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 돌아가는 쪽을 선택하지 않았겠는가. 아마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있을 것이다. 아직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거야 차차 알아 가면 될 문제니까 상관없다. 진은 그녀를 놓아주고 소파를 빠져나와 창가의 커튼을 젖혔다. 창밖에는 기운 달이 나무 끝에 걸려 있었다. 그 모양을 창 위로 더듬으며 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너의 세계를 부숴서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