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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5597339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16-06-13
책 소개
목차
균열, 또는 붕괴 上
Side : 독과 덫
균열, 또는 붕괴 下
그 해의 종말
마모되는 법
유예
자각 증상
모조의 온기
오산
반향 없는
원점으로 가는 길
끝나지 않은 겨울에 서서
외전 1. 좋은 분들
외전 2. 보통날
외전 3. Brew
작가 후기
BONUS TRACK : 교차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까 많이 놀란 표정이던데, 이젠 좀 괜찮아?”
“……저는.”
“일단 숙성부터 하는 게 좋겠지? 아마 자위 안 한 것 같은데.”
이번에도 그녀의 말을 무시한 성하가 그녀의 상체를 뒤로 밀어 균형을 잃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몸을 안아다 소파 위에 눕혔다. 벗어나려고 했지만 손목을 단단하게 죄는 힘에는 저항할 수 없었다. 그는 익숙하게 그녀의 양손을 모아 오른손으로 압박하고서 페팅을 시작했다.
“싫, 어요…… 이거 놓고…….”
“싫었으면 이 집에 돌아오지 말았어야지.”
그 따뜻한 물 같은 목소리에 점차 힘이 빠졌다. 아니, 어쩌면 그녀보다 그녀의 몸을 잘 아는 그 손길 때문이었을까. 성하는 그녀의 귀를 핥으며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긴 시간 동안 숙성을 하지 못한 몸은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다. 억누르려고 해도 뜨겁게 나가는 숨소리를 막을 수가 없었다. 성하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속삭였다.
“길이 아주 잘 들었다니까.”
“……흣!”
“음, 역시 이쪽이 민감하구나. 벌써 물이 줄줄 새네.”
성하의 입술이 가슴을 물었다. 희예는 참지 못하고 낮게 울며 허리를 들었다. 그의 혀가 유두를 굴릴 때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다른 생각이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성하의 손가락이 바지를 비집고 들어갔다. 음모 위를 문지르다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그 손을 거부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흥건하게 젖은 몸은 그의 손가락이 선사할 쾌락을 원했다.
“으음, 어쩌면 계약보다 이것 때문이었을까?”
모르겠다는 듯 중얼거린 성하가 도톰한 살을 꾹 누르며 말했다.
“사실은 계약보다, 쾌감 때문이었던 거 아냐? 희예도 이제 많이 음란해졌잖아. 머리로는 거부해도 몸은 쾌락을 기억하는 거지. 내가 만져 주면 얼마나 기분 좋은지, 마침내 가 버릴 때의 쾌감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으…….”
“잘 버티네.”
“저, 좋아한다는 말도 전부 다 거짓말이었어요? 사랑한다는 말도?”
그 질문이 얼마나 멍청하고 구차한지는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이 질문을 들은 성하가 얼마나 즐거워할지도. 하지만 그녀는 물어야만 했다. 완벽한 끝을 위해서라도.
“아니, 거짓말 아니었는데.”
성하는 오래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가르치듯이 설명했다.
“지금도 희예 정말 많이 좋아해. 사랑까진 잘 모르겠지만, 어떤 의미로는 사랑일 수도 있겠지.”
고개를 좀 더 숙여 숨결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온 입술이 속삭였다.
“이렇게 귀엽고 흥미로운 장난감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겠어. 안 그래?”
“…….”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속에서, 아직도 남아 있던 무언가가 무너졌다. 희예는 체념인지 납득인지 모를 감정 속에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