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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5597322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6-06-20
책 소개
목차
그 선배
싫어하는 사람
이상 징후
비밀과 관계 사이
아르바이트
바다
계약
어떤 소문
지나가는 바람이길
소나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문희예.”
“네.”
“나 그만 싫어해.”
“…….”
순간 저도 모르게 헛숨을 뱉을 뻔했다. 저건 무슨 돌직구지? 그 속을 가늠하려고 성하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눈이 살짝 접히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은 천진하니 맑았다.
마치 다른 속내는 없다고 항변하듯이.
-그래서 그 선배가, 진짜 완전 섹시한 눈웃음을 치고…….
-성하 선배 눈웃음 진짜 쩔긴 하지.
전에 들었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웃고 있는 그의 눈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누가 봐도 괜찮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어느새 제가 관찰하듯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놀란 티를 숨기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뭐가?”
무슨 대답을 해야 하나 궁리하는 사이, 성하가 한 번 더 말했다.
“남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 거, 아니면 그만 싫어하기 싫다는 거? 어느 쪽?”
이번에는 미처 숨기지 못했다. 놀란 기색을 조금 드러내며 본 그는 아까와 다를 것 없이 웃고 있었다. 빙글, 붉은 입술이 달처럼 휘었다.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떨어졌다.
“후자면 나 상처받을 것 같은데.”
“…….”
“난 문 후배가 좋거든.”
“…….”
당혹스러웠다. 여태껏 같이 밥을 먹자, 도서관에 가자 말한 적은 있었지만 이런 말을 한 건 처음이었다. 저를 흔들려고 한 말이었다면 성공이었다. 갑자기 생리가 터졌던 날 빼고 이만큼 놀란 건 처음이니까. 그냥 일반적인 호감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고백? 그녀는 침착하려 애썼다. 성하가 다시 말했다.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좋아. 둘 모두일 테니까.”
“…….”
“인간 대 인간으로서도 관심이 있고, 남자 대 여자로서도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머릿속을 찌르는 것 같다. 희예는 침을 삼켰다. 둔해진 머리로 아까 했던 생각이 다시 스쳤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각도였다.
몇 번 곱씹자 혼란스럽던 머릿속이 맑게 개었다. 그랬다. 멍청하게 흔들릴 것 없는 문제였다. 이렇게나 답이 명백한데. 그가 말하는 남자 대 여자로서의 관심이, 그녀가 생각하는 관심과 같을 리 없었다. 그가 하는 말은 그저,
“그 말, 무슨 뜻이에요?”
“음?”
“저랑 섹스하고 싶다는 뜻인가요?”
너의 피를 탐하고 싶다는, 너에게서 정염을 채우고 싶다는 뜻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