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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크눌프](/img_thumb2/9791128825798.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28825798
· 쪽수 : 202쪽
· 출판일 : 2023-10-31
책 소개
목차
이른 봄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종말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1.
“(…) 난 이런 생각도 한다네. 즉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언제나 기쁨을 주는 동시에 슬픔과 불안을 안겨 주는 거라고.(…) 즉 아무리 아름다운 아가씨라 할지라도 다 때가 있는 것이며, 언젠가는 늙어 죽으리란 걸 알지 못한다면, 결코 그렇게 멋지게 여겨지진 않을 거란 말이지. 어떤 아름다운 것이 영원토록 변함없이 아름답다고 하면, 처음엔 기쁠지도 모르지만, 차츰 냉담해질 될 것이고, 나중에는 그까짓 것 언제나 있는 건데, 오늘밖에 볼 날이 없겠나 하고 생각하게 될 걸세. 하지만 나는 사라져 가는 것,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을 볼 때는 기쁨만이 아니라 슬픔까지 함께 느낀단 말일세. (…) 그러기에 캄캄한 밤 어디에선가 불꽃놀이가 벌어지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네. 암흑 속에 공중으로 높이 날아올라 가는 초록빛과 푸른빛의 불꽃들은 가장 아름다워질 무렵에 작은 포물선을 그리며 사라져 가지 않나. 그걸 보고 있노라면 기쁨과 동시에 다시 곧 사라진다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네. 그 두 감정이 서로에게 속해 있기 때문에 영속적인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일세. 그렇지 않은가?”
2.
“사람은 누구나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다른 사람의 영혼과 섞을 수는 없지. 두 사람이 서로 가까이 다가가서, 서로 이야기도 하고 가까이 붙어 있을 수는 있어.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꽃과 같아서 각각 제자리에 뿌리박고 있어서, 어떤 영혼도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수가 없다네. 그렇지 않으면 자기 뿌리에서 떨어져 나와야만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지. 꽃들은 서로 가까이하기 위해 향기와 씨를 보내고 있어. 그러나 씨가 올바른 곳을 찾아가도록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지. 바람은 자기 좋을 대로, 마음대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든.”
3.
보아라! 나는 너를 있는 그대로밖에는 달리 사용할 수가 없었노라. 나의 이름으로 너는 방랑했고, 정착해 사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자유에로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주었노라. 너는 나의 이름으로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하고,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노라. 그것은 바로 내 자신이 네 속에서 웃음거리가 된 것이고, 또 내 자신이 네 속에서 사랑을 받은 것이다. 너는 바로 나의 자식이요, 나의 형제이며, 나의 분신이었노라. 그래서 네가 맛보고 겪었던 모든 괴로움에는 내가 너와 함께 체험하지 않은 것이 아무것도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