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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중리허 단편집](/img_thumb2/9791128826726.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91128826726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3-10-18
책 소개
목차
원향인
협죽도
도망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1.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타이완에 정착한다. 손자의 손자는 중국을 찾아간다. 고향에서 그는 이방인이다. 전쟁과 재해, 수탈과 가난은 기억, 곧 고향을 지워 버린다.
학교를 파하고 돌아와서 나는 곧장 할머니께 이 일에 대해 말씀드렸다. 할머니는 다 듣고 나서 웃으면서, 우리들도 원래는 원향 사람이며, 우리들은 원향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사실은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었다. 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럼, 우리 아빠도 이사 온 거예요?” 나는 잠깐 멈칫했다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아니란다! 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란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왜 이사 온 거예요?”
“이 할미도 잘 모르겠구나.” 할머니는 한탄하시며, “아마 그곳에서 사람이 살아갈 수 없어서였겠지”라고 대답하셨다.
“할머니.” 나는 잠깐 생각을 하고 나서 다시 말했다. “원향은 어디에 있어요? 아주 멀어요?”
“서쪽에 있지. 아주아주 멀단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여기로 올 때 배를 타야 한단다.”
원향, 바다, 배! 이것은 정말이지 일종의 거대한 학문이었다. 나는 입을 딱 벌리고 말문이 막혀서 또 멍하니 있었다. 할머니는 예전에 나에게 이러한 사실들을 가르쳐 주신 적이 없었다.
-<원향인(原鄕人)> 중에서
2.
사합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바로 이와 같았다. 그들은 척박한 자갈과 그늘진 잡초 속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햇빛의 따스함을 받을 수 없었고, 비와 이슬의 자양분도 받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반쯤 죽은 듯한 생명을 붙들어 두기 위해, 최후의 승부를 걸 만한 그리고 모든 것을 걸 만한 운명과 기회를 늘 기다리고 있었다.
-<협죽도(夾竹桃)> 중에서
3.
그녀는 굳세게 버티고 있었지만, 쇠약한 몸 때문에 자주 고개를 늘어뜨렸다. 나는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 말 없는 격려가 내 손에서 그녀의 마음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머리를 들고는, 이로 더 깊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안심하세요.” 그녀가 가냘프게 말했다. “나는 잘 갈 수 있을 거예요.”
줄을 선 곳에서 배에 오르기까지 몇 시간이 걸렸다. 이 몇 시간이 우리에게 준 고통과 초조함은 비할 바가 없었다. 우리가 선창에 들어섰을 때, 나 자신은 벌써 수세기를 보낸 것처럼 느껴졌다.
-<도망(奔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