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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91128827761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23-11-28
책 소개
목차
장백전
원문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낭자는 내 행색이 누추하다고 침 뱉지 말라. 비록 모습은 그러하나 가슴속에는 천하의 흥망을 품었으니 실로 나라를 세울 것이다. 지금 자취를 감추고 다니며 천시(天時)를 기다리던 중 우연히 이 절에 들어와 낭자를 만났으니 이는 하늘이 정하신 연분이라. 내가 장차 천하를 평정한 후에 낭자를 예를 갖추어 아내로 맞이할 것이니, 혹여 신물(信物)이 있다면 날 주어 훗날의 증표로 삼는 것이 좋으리라.”
걸인의 말을 들은 장 소저는 놀라움을 이기지 못했으나 사세가 어쩔 수 없음을 알고는 잠깐 눈을 들어 걸인의 모습을 보았다. 얼굴에는 묵은 때가 가득하여 눈 아래 코가 있음을 알 수 없었고 머리털은 헝클어져 방석 같고 옷은 해져서 몸을 가리지 못했으니 그 누추함은 차마 똑바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엄숙한 몸가짐은 기산에 웅크린 맹호(猛虎) 같았고, 상쾌한 모습은 청룡이 벽해(碧海)에서 몸부림을 치는 듯했다. 또한 풍채는 늠름하였으며 코가 우뚝하고 얼굴 생김새는 용과 같아 당당히 제왕(帝王)의 기상이 있었다.
“우리가 서로 적이 되어 천하를 다투고 있으니 사사로운 이야기를 할 바는 아니로되, 소장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누이를 의지하며 지내던 중 동네 노파의 흉계에 빠져 외가로 가던 길에 도적에게 누이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소장은 나이가 어려서 누이를 찾지 못하고 망극한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왔으니 그때는 살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까지 목숨을 보전하고 있으나 늘 누이를 생각하면 설움이 북받칩니다. 그런데 아까 바람이 불어 주렴 사이로 본 황후의 얼굴이 누이와 방불하니 자연히 비창한 마음이 듭니다.”
장백의 말을 들은 상은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들은 황후가 좌우를 물리치고 급히 나와 장백의 손을 잡고 큰 소리로 목 놓아 울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네가 내 동생 장백이냐? 그사이 어떻게 살았느냐? 그때 도적에게 잡혀갈 때 길에서 너를 잃고 어찌할 줄 몰랐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