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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91128830341
· 쪽수 : 358쪽
· 출판일 : 2018-07-25
책 소개
목차
경인년(1770, 영조 46년) 10월
경인년(1770) 겨울
12월 25일, 바다에 해가 처음 떠오르자 남풍이 잠깐 읾
12월 26일, 흐림
12월 27일, 맑음
12월 28일, 맑음
12월 29일, 흐림
12월 30일, 비
신묘년(1771) 정월 초1일, 맑음
정월 초2일, 흐림
정월 초3일, 흐림
정월 초4일, 흐림
정월 초5일, 맑음
정월 초6일, 바람 불고 비가 내림
정월 초7일, 바람이 붊
정월 초8일, 맑음
정월 초9일, 맑음
정월 초10일, 맑음
정월 11일, 맑음
정월 12일, 추웠음
정월 13일, 맑음
정월 14일, 맑음
정월 15일, 저녁에 비가 내림
정월 16일, 맑음
정월 19일
2월 초3일
3월 초3일
5월 초8일
부록
≪표해록≫의 문학사적 위상 / 장시광
국립제주박물관에 있는 ≪표해록≫ 필사본의 원문
찾아보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이때 배가 머물러 정박하지도 못했는데, 동풍이 크게 일었다. 그러자 배가 바람이 몰아가는 대로 끌려 서쪽 큰 바다로 표류해 갔다. 노화도를 돌아보니, 이미 잠깐 사이에 아득하게 멀어졌다. 사나운 바람과 모진 파도에 외로운 배가 오르락내리락했다. 높이 솟아오를 때면 푸른 하늘 위로 나가는 듯했고, 낮게 내려갈 때면 만 길 아래의 바다 바닥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은 노화도에서부터 바람을 만난 뒤, 스스로 자신의 운수가 지레 반드시 죽을 것으로 여겼다. 뱃멀미로 어지러워 아득하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가 아니라면, 오직 슬프게 부르짖으며 통곡하는 짓만 일삼았다.
조금 지나 밤이 깊어지자, 사방이 칠흑 같아 동쪽 서쪽을 분간할 수 없었다. 바람은 키질하듯 배를 흔들어 댔고 비도 퍼부어 댔다. 외로운 배가 파도 위에서 넘실거렸다. 우리가 탄 배에는 바닥으로부터 물이 많이 스며들어 왔다. 배 위에서는 항아리를 뒤집어 쏟아붓는 듯이 비가 내리쳤다. 배 안에 고인 물의 깊이가 이미 허리가 반이나 빠질 정도였다. 익사할 걱정이 급박히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뱃사람들은 모두 누워 있기만 하고 일어나지 않았다. 물을 퍼낼 뜻이 전혀 없었던 것은, 이렇든 저렇든 필시 끝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