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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28845840
· 쪽수 : 185쪽
책 소개
목차
〈임멘 호수〉
노인
아이들
숲속에서
저기 한 아이가 길가에 서 있었다
고향에서
편지
임멘 호수
어머니가 원했어요
엘리자베트
노인
〈바다 저편에서〉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1.
그와 수련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았다. 다만 그가 뒤를 돌아볼 때마다 호수 변이 알 수 없는 연무에 싸여 뒤에 멀리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고, 같은 방향으로 계속 힘차게 헤엄쳐 나갔다. 마침내 그는 수련 가까이에 닿았고, 달빛 속에서 은빛 꽃잎들을 분명히 구분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이 어떤 그물망에 걸려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질반질한 연꽃 줄기가 바닥에서 올라와 발가벗은 그의 몸을 휘감았던 것이다. 알 수 없는 물보라가 새까맣게 그의 주위를 둘러쌌고, 그 뒤로 물고기가 한 마리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물속 낯선 곳에서 그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몸에 휘감긴 식물들을 뜯어 버리고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서둘러 육지를 향해 헤엄쳐 나왔다. 거기에서 호수를 뒤돌아보니 수련은 아까처럼 멀리 그리고 고독하게 검고 깊은 물 위에 떠 있었다.
-<임멘 호수> 중에서
2.
하얀 개연꽃들이 여기저기 검고 깊은 물 위에서 반짝거렸지. 그 꽃들 사이 저수지 한중간의 받침돌 위에 방금 물 위로 솟아오른 듯한 비너스 대리석상이 조용히 외롭게 서 있었어. 그곳에는 소리 없는 고요함이 깃들어 있었지. 난 그 예술 작품을 가능한 한 가까이 볼 수 있도록 강변을 따라 걸어갔어. 그건 분명 루이 퀸즈 시대의 아름다운 입상(立像)이었어. 발가벗은 두 발 중 하나를 내뻗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그저 잠수하기 위해 물 위에 잠시 떠 있는 것 같았어. 한 손은 바위를 짚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젖가슴에서 풀어져 내린 옷을 붙잡고 있었어. 내가 선 곳에서는 얼굴을 볼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비너스가 발가벗은 몸을 물결에 내맡기기 전 예기치 않게 엿보는 자 앞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었기 때문이야.
-<바다 저편에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