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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91130457406
· 쪽수 : 134쪽
책 소개
목차
해설 ······················vii
지은이에 대해 ··················xv
나오는 사람들 ··················3
제1장 브엉씨 가문 ················5
제2장 담띠엔의 묘 ················7
제3장 낌쫑과 끼에우의 첫 만남 ··········11
제4장 예언 ···················13
제5장 비밀 약혼 ·················16
제6장 낌쫑과의 이별 ···············28
제7장 끼에우의 희생 ···············30
제8장 유랑 ···················42
제9장 서카인 ··················49
제10장 파멸 ···················56
제11장 끼에우와 툭 ···············61
제12장 툭과의 이별 ···············65
제13장 납치 ···················68
제14장 툭과 끼에우의 재회 ············73
제15장 또 다른 불행 ···············78
제16장 끼에우와 뜨하이 ·············85
제17장 끼에우의 심판 ··············92
제18장 뜨하이의 죽음 ··············99
제19장 자살 ··················103
제20장 구출 ··················107
제21장 낌쫑의 귀향 ···············112
제22장 낌쫑과 끼에우의 해후 ··········119
에필로그 ····················122
옮긴이에 대해 ··················124
책속에서
명(明)나라 가정(嘉靖) 시대에
온 누리가 화평하고, 두 경도(京都)가 모두 융성하였네.
브엉(王)씨라 불리는 생원이 있었으니
가산은 중류 정도라.
막내로 아들이 하나 있었으니
관명(冠名)은 브엉ㅤㄲㅘㄴ(王寬)으로 유가의 후예라.
위로는 아리따운 딸이 둘 있는데,
투이끼에우(翠翹)는 언니요, 동생은 투이번(翠雲)이라.
몸매는 매화 가지 같고, 마음씨는 백설처럼 청순하니
제각각 아름다움이 절세하구나.
번(雲)은 보기에 유달리 정숙하고,
얼굴은 보름달 같고, 눈썹은 짙더라.
미소는 꽃 피는 듯, 목소리는 옥이 구르는 듯 단아하고,
먹구름은 머릿결에 못 미치고, 백설은 피부색을 당하지 못하네.
끼에우(翹)는 재치도 있고 기지도 있으니
재색을 견주자면 동생을 능가하네.
눈은 추수 같고, 눈썹은 멀리 뵈는 춘산 같으니
꽃들이 시샘하고, 수양버들은 푸르름이 못 미침을 원망하네.
한두 번 눈짓에 나라 잃고, 성(城)을 앗길 정도니
미색과 재색을 견줄 자 없구나.
총명함을 본래 하늘로부터 타고난지라,
시화는 물론이요, 영가에도 뛰어났네.
궁상의 오음도 통달하였고,
특히 비파에 능하여, 손수 음을 골라 작곡한
<박명(薄命)>이란 곡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네.
계례를 올릴 나이가 된 끼에우,
휘장의 안온 속에서 자라온지라,
동편 담장에 나니는 벌 나비엔 관심도 없더라.
낌쫑이 말하기를, “우연히 서로 만난 이래,
훔쳐보며 짝사랑한 지 오래라 심신이 지쳐버렸네.
여기 한두 가지 청하노니
거울님이여! 부평초 같은 이 몸을 비춰주시렵니까?”
“홍엽이건 홍사(紅絲)건
부모님의 뜻에 달려 있으니.
수양버들처럼 약하고 꽃처럼 여린 마음이라,
나이 아직 어려 도대체 무엇을 안다고 감히 대답하리!”
젊은이 말하길, “오늘은 바람 불고 내일은 비가 올는지,
봄날에 이런 우연한 기회는 흔치 않은 것이라.
사랑으로 미칠 것 같은 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이 가슴 쓰라리면 누구에게 무슨 유익이 있으리!
하늘이 간절한 사랑을 막는다면,
이 내 청춘 쓸쓸히 보내게 되리라.
그대의 도량이 좁아 무관심하다 할지라도,
뒤쫓아 다닌 공이 아주 소용없지는 않을 것이리라!”
자장가처럼 달콤한 말 잠자코 듣더니
끼에우 얼굴에 부끄러움이 역력하더라.
끼에우 말하길, “군자의 마음은 정해진 것이니
내 그대의 말을 금석에 새겨 간직하리라!”
낌쫑은 이 말에 적이 안심이 되어
붉은 보자기에 싼 금비녀를 건네주었네.
낌쫑 말하길, “바로 오늘이 백년가약의 시작이라.
이 작은 것을 이름 하여 언약의 징표로 삼으리다.”
끼에우 손에 든 비단 손수건과 포규선(蒲葵扇)을
금비녀와 즉시 교환하였네.
독방에 갇혀 끼에우, 눈물로 세월 보내니,
신세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슬픔만 깊어지네.
“전생에 수행을 잘못한 죄로
이생에서 업보를 받아야 비로소 풀리리니!
어찌되었건 깨진 병은 이미 돌이킬 수 없으니
몸으로라도 이 세상 빚을 갚아야 업보가 끝나리라!”
중순이 되어 달이 밝아질 즈음 원기가 회복되자,
뚜바 다시 찾아와 조용히 타이르는데,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 기술도 많은 수고가 따라야 하느니,
유곽에 있는 여자는 잘 배워놓아야 하느니라.”
끼에우 대답하는 말, “오가는 비바람에
이 몸 맡겨야 한다면 내맡기면 그뿐이라!”
노파 대답하는데, “남자란 다 똑같은 것이라,
돈 잃고 후회하려고 여기 오는 사람 누가 있으리?
이 안에도 재미있는 일이 제법 있으니,
밤엔 팔예(八藝)로, 낮엔 칠자(七字)로 손님과 장난치기라.
얘야, 마음속에 잘 새겨둬야 할 말은,
겉으론 칠자요, 속으론 팔예이니라.
버들 맛, 꽃 맛을 실컷 보여주고는,
손님을 돌 굴리듯 굴리고, 마음을 혹하게 해야 하느니라.
이 모든 게 집안 법도이니,
네가 이러한 자질을 갖춰야 비로소 명물이 될 거야.”
말을 듣고 나니 수치심이 치밀어 오르네.
어찌 인생사 이다지도 이상하고 복잡하기만 한지!
안타깝게도 귀한 집 딸로 태어난 자신이,
한창 인생을 배워갈 나이에 방중술이나 배워야 하다니!
어쩌면 신세가 이렇게 곤두박질할 수가 있을까!
어찌하여 이런 사람 손에 떨어졌단 말인가?
청루의 붉은 휘장 뒤에 유폐시켜 놓고,
옥 값을 높게 부를수록 점점 가치가 올라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