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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30609744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6-09-1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밥에 붙들려 꽃 지는 것도 몰랐다
제1부 탄력의 통쾌함 _ 봄에 읽는 시
봄, 가벼움의 본능이 깨어나다 황인숙 「조깅」
맛있게 우는 법 문정희 「흙」
사랑의 리듬과 시의 리듬은 심장에서 온다 차주일 「두 번째 심장」
웃지 않으면 죽는다 이현승 「간지럼증을 앓는 여자와의 사랑」
내 몸은 자연이고 사물이다 송재학 「사물 A와 B」
동네 이발소는 왜 없어졌나 박형권 「우리 동네 집들」
몸, 문명이 침투하지 못한 생태계 최승호 「몸의 신비, 혹은 사랑」
내 마음이 듣고 싶은 말 천양희 「참 좋은 말」
그리운지도 모르는 간절한 그리움 장석남 「살구꽃」
밥맛은 살맛이다 논두렁 「이덕규」
풀의 숨은 이름 찾기 고형렬 「풀이 보이지 않는다」
탄력의 통쾌함 손택수 「스프링」
추억은 나의 미래다 문인수 「집 근처 학교 운동장」
제2부 나는 세상의 중심이다 _ 여름에 읽는 시
바람 속에는 목소리만 남은 이들이 산다 김경주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
상처를 벼려 쇠로 만들다 조정권 「금호철화」
이 얼굴 이 이름이 너니? 김광규 「나」
먹지 않고 사는 방법 문혜진 「독립영양인간 1」
피가 끓을 때 나는 세상의 중심이다 이원 「오토바이」
추억은 나를 찾아다니는 여행이다 김사인 「아무도 모른다」
둥근 탄력의 마법 장석주 「축구」
어머니 안에 갇힌 어머니 이경림 「부엌 -상자들」
이게 뭐야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경이로움」
노래하고 죽을래 그냥 죽을래 최정례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
흐르는 시간에 익사당하지 않으려면 진은영 「물속에서」
우물은 지난여름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한성례 「고향우물」
물방울은 어떻게 송곳으로 단련되는가 정병근 「물방울, 송곳」
제3부 사랑에는 기교가 필요하다 _ 가을에 읽는 시
냄새로 세상 읽기 윤의섭 「바람의 냄새」
사과가 말을 걸어오게 하는 법 김혜순 「잘 익은 사과」
지나간 일을 되돌리는 방법 김승희 「110층에서 떨어지는 여자」
반품 불가 교환 불가 환불 불가 이윤학 「버려진 식탁」
헐거운 공간, 꽉 찬 고요 김태정 「달마의 뒤란」
노래 속의 육체, 육체 속의 노래 김소연 「이것은 사람이 할 말」
사랑에는 기교가 필요하다 박형준 「사랑」
지독한 외로움 이면우 「거미」
다 이야기하면서 감추기 김두안 「그림자 속으로」
이별은 투명인간과 같이 사는 것 나희덕 「그의 사진」
내 안에 언제 고통의 항체가 생겼을까 박라연 「고사목 마을」
나의 은신처 곽효환 「지도에 없는 집」
맛있고 향기로운 슬픔 제조법 조은 「등 뒤」
제4부 난폭한 슬픔 길들이기 _ 겨울에 읽는 시
맹수의 피가 흐르는 꽃, 동백 송찬호 「관음이라 불리는 향일암 동백에 대한 회상」
나무는 제 삶을 몸에다 기록한다 함민복 「원(圓)을 태우며」
세상의 모든 길은 나무를 닮았다 고재종 「나무 속엔 물관이 있다」
난폭한 슬픔 길들이기 마종기 「내 동생의 손」
배고픔이라는 별미 신덕룡 「만월」
삶의 안하무인과 횡포와 변덕에게 김경미 「오늘의 결심」
벽으로 만든 문 박주택 「국경」
사소한 편리 뒤에는 목숨을 건 속도가 있다 장경린 「퀵 서비스」
절망과 체념의 춤 김정환 「절망에 대해서」
폭력의 기억을 놀이로 만들기 유홍준 「가족사진」
마음은 죽어도 몸은 죽을 수 없는 어머니 정철훈 「병사들은 왜 어머니의 심장을 쏘는가」
불쌍한 몸보다 더 불쌍한 마음 김윤배 「굴욕은 아름답다」
에필로그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닌 시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는 일과 밥에 붙들려 꽃 지는 줄도 모르는 나에게 다른 세계로 향하는 출구를 열어주었다. 시적 상상에 빠져 있는 동안은, 이 세상이 이 세상 같지 않았다.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 있었고 막힌 것이 뚫리는 경험이 있었다. 차츰 이중생활에 익숙해져서 수시로 현실 공간에서 상상 공간으로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물론 내가 상상 공간에서 숨 좀 쉬었다고 삶의 조건이 조금이라도 바뀌는 건 아니다. 현실에서 나는 여전히 돈과 일과 힘 있는 손이 쥐고 흔드는 대로 휘둘렸으며, 순하게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다가 어수룩하게 당했으며, 아무리 달려도 생활은 거기서 거기였으며, 꽤 달렸다고 생각해도 여전히 힘 있는 손아귀에 뒷덜미가 잡혀 있었다.
하지만 시 쓰기를 통해 삶과 현실을 견디어내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시는 내 안의 정체불명의 괴물을 달래주었으며, 쓸모없으면서도 막무가내로 절실하기만 한 욕망을 허구의 공간에서 충족시켜주었다. 시는 지겹고 지루하고 틀에 박힌 일상이나 닳고 닳도록 보아서 아무런 감흥도 없는 것들을 두근거리며 이제 막 처음 보는 것 같은 신선한 ‘첫 경험’으로 하게 해주었다. 답답하고 좁은 시야와 숨구멍을 확장시켜주었다. _프롤로그 <밥에 붙들려 꽃 지는 것도 몰랐다>
하루 종일 말을 하고 나면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내 말’이 하고 싶어진다. 그러려면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판단하거나 오해하거나 득실을 계산하는 귀가 아니라 허공처럼 그냥 다 들어줄 수 있는 가상의 귀가 있어야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어줄 흙구덩이와 바람과 숲이 있어야 한다. 그 말은 말이되 음성이 없고 혀가 없고 발음이 없다. 그 말은 말하는 자의 감정이나 정서는 많지만 말하려는 내용은 별로 없다. 그 말은 공기를 진동시켜 작동하지 않고 몸을 진동시켜 몸 안에서 작동한다. (중략)
시는 자기 자신을 위한 말이다. 내 안에는 지치고 외롭고 괴로운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는 끊임없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시는 내가 내 안의 수많은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 말은 말로 지친 말을 쉬게 하는 말하기이며, 말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말하기이기도 하다. 내 안에서 들끓는 말을 오랫동안 숙성시키면, 말의 독기와 냄새와 상처는 맛과 향기로 변하면서 남에게 위안을 주는 ‘참 좋은 말’이 될 것이다. _<내 마음이 듣고 싶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