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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30647722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3-12-13
책 소개
목차
1. 피가 나쁘다
2. 귀로
3. 공작
4. 목격
5. 역전
6. 결혼행진곡
7. 사랑은 멀고
8. 귀국 독주회
9. 멀고도 가까워라
10. 눈을 밟으며
11. 해빙기는 왔건만
12. 어느 사나이
13. 흔들리는 마음
14. 이합이 인생인가
어휘 풀이
작품 해설
저자소개
책속에서
“형숙은 너를 파멸시킬 것이다. 그에게는 어미의 피가 그대로 흐르고 있다. 무서운 탕녀, 요부의 피가 말이다.”
안 박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뒤에 있는 나무 밑에서 울부짖음과 함께 무엇이 털썩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 박사와 수영은 동시에 소리 난 곳으로 달려간다. 그곳에 형숙이 기절을 한 채 쓰러져 있었다.
- 1. ‘피가 나쁘다’ 중에서
허세준이 안수영을 사랑하느냐고 물었을 때 어째서 자기가 울어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 생전 처음 만나본 남성, 더군다나 수미의 약혼자인 그 남성 앞에서 수치스럽게 울음을 터뜨렸다는 것은 전혀 무방비한 노출이 아니고 무엇인가. 여자로서, 또한 미혼의 여자로서 결코 옳은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리 수영을 사랑했기로서니, 또 수영의 태도에서 받은 충격이 컸기로서니 그렇게 맹목적일 수는 없다. 하란은 그렇게 생각하니 자기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이었다.
‘문 선생님은 수영 형을 사랑하시죠?’
그렇게 물어보던 허세준의 굵직한 목소리가 귀에 쟁쟁 울려 드디어 그 목소리는 커다란 징 소리처럼 고막을 내리치는 것이었다.
‘초면의 사람이 눈치를 챌 만큼 그렇게 나는 안수영 씨에 대하여 맹목적이었더란 말인가?’
- 2. ‘귀로(歸路)’ 중에서
“저는 탕녀와, 피가 나쁜 저의 어머니란 여자를 생각해 봤어요. 그 여자는 아마도 사랑을 몰랐다기보다 감정의 노예로부터 빠져나가려고 평생 발버둥 친 여자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해 봤어요. 사내들은 그 여자를 소유하려, 그 여자를 정신적인 노예로 만들려고 했을 거예요. 사랑했겠죠. 그렇지만 경멸했을 거예요. 결코 존경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 여잔 많은 사내들을 망쳐버렸다지만 결국 그녀는 아편중독자가 되었고 자살을 하지 않았습니까? 전 그 여잘 변호하려는 건 아니에요. 저는 지금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그렇게 이해했을 뿐이에요. 기생이었던 여자가 열등감 때문에 그 애정이 그릇되었고, 그와 같이 탕녀의 딸이었기에 그 애정이 얼마나 그릇되게 발전될 것인가. 저는 안 선생의 동정을 받아가며 제가 지니고 있다는 유전적인 사실을 엄폐하고 살아가긴 싫단 말입니다.”
- 4. ‘목격’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