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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30671079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4-09-3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빠가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맥주 캔을 내려놓는 소리가 나지 않았으니 침대는 물론 몸에도 엎질렀을 것이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한번은 몸에 온통 토한 채 그대로 잠든 적도 있었다. 나는 아빠가 괜찮은지 확인하러 가지 않을 거다. 지금 당장은 그 꼴을 봐낼 자신이 없다. 대체 내가 왜 저 개자식을 사랑하나 모르겠다. 함께 보낸 좋은 날들 때문인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날도 거의 없다. 엄마도 똑같다.
나는 혼자 교문 앞에 서서 버스들이 부르릉거리며 빠져나가고 승용차들이 오고 가는 모습을,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대단히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처럼 조잘거리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아마 그 애들의 삶이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실은 나도 안다. 저 중에는 나 같은 애들, 친구는커녕 친구가 생길 가망도 없는 애들도 있다. 그리고 틀림없이 나만큼이나 엿 같은 인생을 사는 애들도 있을 것이다.
아빠가 깨어났을 것 같지는 않다. 술을 거하게 마신 날은 보통 깨지 않는다. 설령 정신이 돌아오더라도 내 방에 와서 내가 어쩌고 있나 들여다보지는 않을 것이다. 아빠가 그랬던 적이 있었나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 기억이 날 것도 같다. 그런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맞다, 분명히 있었다. 우리가 함께 축구며 달리기며 미래에 대해, 마치 내다볼 뭔가가 있다는 듯이 이야기하던 때가……. 심지어 엄마는 한때 너무 자주 내 방에 들어오곤 했다. 하지만 나는 두 사람 다 못 본 지 오래다. 적어도 그런 모습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