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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0697819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3-03-16
책 소개
목차
40년의 이유
버림받은 자가 갈 곳
친구의 충고
여동생의 조언
단호한 한마디
꽃잎 배
우울한 월요일
푸르른 장마
개똥벌레
무위도식
신이 오는 날
보름달이 뜬 날 밤
계절을 앞서가는 꽃
때 이른 눈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옅은 먹색 하늘을 가로지르는 감나무 밑에서, 몸집이 작은 어머니가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왔구마! 왔구마! 드디어 왔구마!”
그렇게 말하며 두 손을 흔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 순간, 그는 앞으로 고꾸라질 것처럼 언덕길을 뛰어올랐다.
“잘 와불었다. 서두를 것 읎어. 여기는 니 집이니께.”
어머니의 맑은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뒷산에 메아리쳤다. 흩날리는 얼음 부스러기를 맞으면서 어머니는 환한 웃음으로 그를 맞아 주었다.
“저기, 어머니…….”
나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라고 하소연하려고 했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엄지장갑을 낀 손으로 그의 곱은 손을 꼭 잡았다.
“인자 안 좋은 기억은 다 잊어불고, 맴 편히 지내다 가래이.”
띠지붕에서 미끄러져 땅으로 떨어진 눈이, 툇마루 끝을 요새처럼 에워싸고 있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걸음을 내딛을수록 그윽한 냄새가 짙어졌다.
“세이이치, 잘 들으래이. 무신 일이 있어도 어매는 니 편이구마.”
「버림받은 자가 갈 곳」
나쓰오, 인자 그리 열심히 살덜 안혀도 됭께 배불리 실끗 묵고 편안허게 살그래이.
닌 지금까장 겁나게 잘 살었어. 아무도 칭찬혀 주덜 안혀도 어매가 힘껏 칭찬혀 주꾸마. 그걸로 충분혀, 나쓰오.
단호한 한마디」
"엄마의 목숨을 잇고 있는 인공호흡기를 뗐을 때 황급히 생각했어. 이 사람은 누구지, 하고.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있지도 않은 고향에 간 거야. 거기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확실히 깨달았어.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아무리 반항하고 아무리 무시하고 아무리 경멸해도, 난 엄마의 모든 것이었다고.”
「꽃잎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