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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60518438
· 쪽수 : 432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 정년퇴직 ・ 7
제2장 | 마담 네즈와 시즈카 ・ 57
제3장 | 병원의 얼굴 ・ 151
제4장 | 미네코 ・ 189
제5장 | 가족 ・ 281
제6장 | 흔적 ・ 317
리뷰
책속에서
제6장 흔적
나는 그렇게 냉혹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인정이 많은 사람도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들만큼 자애로움은 가지고 있다. 배워서 얻는 지식과 달리 따뜻함이나 자애로움은 본래 부모로부터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없는 아이에게는 누가 남들만큼의 따뜻함이나 자애로움을 줄까? 주변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한 사람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만약 따뜻함이나 자애로움이 없이 성장하면 구제하기 힘든 범죄자가 될 것이다. 부모를 대신해 내게 그것들을 준 건 달빛이 아니었을까? 나는 살기 위해 달을 바라보면서 빛을 받고, 마음속에 남들만큼의 따뜻함과 자애로움을 만들어 온 게 아닐까?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그 정도 능력은 깃들어 있을 것이다. 단백질을 먹지 않는 초식동물이 울퉁불퉁한 근육을 만들어 내서 계속 생존하는 것처럼. 달을 사랑하는 나의 본능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5장 가족
아버지는 이 세상 불행의 표본 같은 사람이다. 부모의 얼굴을 모른다든지 시설에서 자랐다든지, 그래서 불행하다는 게 아니다. 가난이나 병이나 타고난 장애나 사고나 전쟁이나 미움이나,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든 많든 적든 짊어지고 있는 온갖 불행이 그대로 아버지의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겉모습은 지적이고 신사다운 엘리트 직장인이라서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남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버지는 이 세상 불행의 표본이니까. 아무리 사소한 불행이라도 아버지의 어딘가에 달라붙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