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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30699639
· 쪽수 : 428쪽
· 출판일 : 2023-06-07
책 소개
목차
6장 해체(解體)
제2편 운명적(運命的)인 것
1장 밀수사건(密輸事件)
2장 송화강(松花江)의 봄
3장 서울과 동경(東京)
4장 명정리(明井里) 동백(冬柏)
5장 황량(荒凉)한 옛터
어휘 풀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공장은 삼일까지 쉬기 때문에 홍이는 집에 있었다. 물론 아이들도 집에 있었고 식구가 모두 지내지도 않는 설 때문에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리고 달포 전부터 임이가 와 있었다. 나이는 쉰여덟, 아직 환갑이 멀었는데 칠십 노인처럼 늙고 초라해진 모습을 본 홍이는 차마 가라 하지 못하였고 돈을 쥐여주는 것도 한두 번, 흐지부지하는 홍이 태도에 얼씨구나 잘되었다 싶었던지 눌러붙어 있었는데 한 달 전이던가 보연은 입술이 툭사발같이 부어서 남편에게 임이를 보내라 했다.
-5부 2편 1장 「밀수사건」 중에서
여행 가방을 메고 간편한 차림의 중년 사내가 허공로(許公路)에 있는 운회약국으로 들어왔다. 매우 세련된 모습이었다. 그는 일본말로 소화제를 달라고 했다. 흰 가운을 입은 여자가 돌아서서 약을 꺼내는데 머리를 걷어 올린 목덜미가 눈이 부시게 희었다. 여자는 포장을 하다 말고 사내를 쳐다보았다. 동시에 사내도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돌이 된 듯 행동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본다.
-5부 2편 2장 「송화강의 봄」 중에서
찬하와 함께 오가타는 유인성의 집 앞까지 왔다. 집주인의 성품처럼 조촐하고 단정해 보였던 옛날과는 다르게 밖에서 바라본 집은 노쇠하여 허덕이는 것 같은, 묘하게 어둡고 찬 바람이 이는 느낌이었다. 오가타는 잠시 동안 눈을 감았다. 지난 일들이 발밑을 감아올리는 삭풍과 같이 그의 의식 속을 휘몰고 지나갔다. 그것은 사건이기보다 세월이었던 것 같았다. 세월이었다는 느낌 속에는 한 아이의 해맑은 얼굴이 있었다.
-5부 2편 3장 「서울과 동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