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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4452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19-07-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조금 / 병원 나들이 가는 길 / 안개와 풍경 / 어떤 야만 / 봄의 사중주 / 탑 / 참회록 / 말 / 눈길 / 어떤 풍장 / 꽃들이 울고 있더라 / 나는 아직 애도하지 않았다 / 이월이의 반가사유 / 빙의가 온 날
제2부
내 몸은 너무 성성하다 / 앵두 따는 법 / 괜찮다 / 하루 / 온전한 시간 / 위로 / 파시 / 차마 / 시인과 의사 / 꽃구경 / 아름다운 모델 / 저기요 / 각방 / 시간 여행
제3부
환대 / 아우뻘쯤 돼 보이는 사내와 / 시월에 / 빨간 조끼 / 처서(處暑) / 남원역에서 / 산책 / 노을이 오지 않은 저녁 / 가을비 / 순간의 꽃 / 다 늦을 무렵 찾아간 / 별 / 금이 간 의자
제4부
첫사랑과 별(別)하다 / 회갑 / 좋은 일 / 그녀들의 실루엣 / 아기 손바닥 / 생리대 사회학 / 겨울 숲에서 / 천 번의 산책 / 자전거 타기 / 풀씨 / 억새 / 12월 / 여행 / 눈 가난하게 내린 날에는
제5부
봄, 꽃 / 새해 소원 / 봄이 오기 전에 / 검은 산 / 갈대 / 나무에게 / 의자 / 밥과 천국 / 사랑 / 지금 길을 잃은 자만이 / 지는 낙엽을 보며
작품 해설:진실의 힘을 믿는 다정한 시인 - 박일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병원 나들이 가는 길
병원 나들이 가는 길
건널목 맞은편에 서 있는
예쁜 귀마개를 한 소녀와
그 건너편에 서 있는 늙수그레한 사내가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유쾌한 상상
작은 나무처럼 서 있는
한 소녀의 자람이
나의 시듦으로 인한 것이라면
억울할 것 같지 않다는
즐거운 계산
신호등이 바뀌자
얼었던 풍경들이 스스로 풀리고
어려운 숙제를 푼 소년처럼
배시시 웃다
하루
아내가 눈병으로 고생하는 동안
장모님은 전화로만 안부를 물어오셨다
이삼 년 뒤면 구순이 되시는
장모님께 눈병이라도 옮길까 봐
아내는 전전긍긍했던 것인데
대신 내가 장모님 댁에 들러
연속극 재방을 같이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는 언젠지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드신 장모님 곁에서
한숨 푹 자고 오기도 했다
초록을 잃고서야 제 색깔을 얻은
백발의 억새가 눈부신 천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하루가 물 흐르듯 지나갔다
환대
길 가다가 만난
풀꽃 한 무더기
허리께를 잘 모아 쥐면
한 아름의 꽃다발이 될 성싶어
손을 모으는 시늉만 하고는
막 돌아서려는데
눈이 유난히 큰 꽃망울 하나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가만 보니
눈망울이 작은 꽃들도
안 보는 척
곁눈질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