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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0492777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09-12-23
책 소개
목차
5_ 시인의 말
제1부
13_ 손님
14_ 지워진 산
16_ 목백일홍
18_ 슬픔
20_ 징검다리
21_ 개불알풀
22_ 신호
24_ 고공사다리를 볼 때마다
26_ 절
28_ 개가 슬퍼 보이다
30_ 작살나무의 보시
32_ 입동 무렵
33_ 모기에게 물리다
34_ 아름다운 폐인
36_ 사랑치과 위생사
38_ 장갑 한 짝
제2부
41_ 별에 쏘이다
42_ 한 사람을 위한 시
43_ 구월에
44_ 가을
45_ 상추를 솎다가
46_ 아내의 산
48_ 둥지
49_ 이슬
50_ 새와 우산
52_ 매화꽃 피니 알겠네
54_ 인연
56_ 잎새 하나
58_ 계란빵과 껍데기
59_ 산길에서
60_ 화두
제3부
63_ 선생 몇이서
64_ 겨우 핀 꽃
66_ 욱현이
68_ 냉이꽃
70_ 살벌한 아이
72_ 시나브로
74_ 나무들의 식사
76_ 돌의 얼굴
78_ 복도 저편
80_ 그녀
81_ 소실점
82_ 호박을 따다가
84_ 구월에서 시월로
86_ 벼
88_ 눈병에 걸리니
제4부
91_ 뿌리까지 통째로
92_ 쫓기는 햇살이 더 눈부시다
94_ 일일주점
96_ 조계산 가는 길
98_ 호박
99_ 어떤 버릇
100_ 득음
101_ 당연한 일
102_ 벌레 잡는 일
103_ 가벼워지고 싶다
104_ 알약 하나가
105_ 배를 깎다가
106_ 첫눈
108_ 달리는 사람은 아름답다
110_ 해설 슬픔에게도 반짝임을 넣어주는 ‘별의 詩’ | 김준태
저자소개
책속에서
인연
논에 물이라도 대러 가시는지
아침 마실 길이었는지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때마침 떠오르는 아침 해를 등지고
오솔길로 걸어오고 계셨습니다
떠오르자마자 숲에 갇힌 해는
영어囹圄의 몸이 된 성자처럼
갇힌 자의 아름다움으로
가둘 수 없는 한 정신의 뜨거움으로
숲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제가 자꾸만 고개를 돌린 것은
달걀노른자처럼 예쁘게 퍼진
숲에 갇힌 해 때문이었지만
할머니는 당신을 바라보는 줄 아셨던지
길 가다 말고
몇 번 제게 눈길을 옮기셨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날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하고
허공에서나 만나 얼크러졌을 눈빛들이
어디쯤 날아가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닌지
저 길가에 핀 들꽃은 아닌지
산길에서
산길 내려오다 오줌이 마려워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면팔방 아무도, 아무도 없었다
숲 속으로 몇 발짝 걸어 들어가
시원스레 오줌발을 날리다가
아뿔싸,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꿩이었다
잠시 오줌발을 늦추고
고놈의 동태를 살피는데
이번에는 산죽과 눈이 마주쳤다
졸참나무 떡갈나무 서어나무
이런 이름표를 단 나무들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나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