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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8047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1-07-05
책 소개
목차
제1부
고성행 / 못밑댁 / 칠월 / 여기, 고성 / 솥 / 마수걸이 / 밑줄 / 고성집 / 봄날 이력서 / 까치
제2부
할매 국숫집 / 영정사진 / 울음의 비교분석학 / 실업의 무게 / 화려한 외출 2 / 편견없이 / 노인과 딸 / 묵티나트 / 거짓말 / 동네 한 바퀴 / 시소 / . / 거대한 도시 / 수선집 / <지구를 부탁해> / Mr. 고 미용실
제3부
방랑자 / 모르는 사건들 / 꿈 / 파주 2 / 스토브리그 / 오늘 / 말 속의 뼈 / 돌무덤 / Dunk Shoot / 구시렁구시렁 / 막차 / 십이월 / 차가운 손 / 피아노 / 서랍 속에서 / 간간이 / 나 / 로타리공원
제4부
한 시간 / 마요네즈만 빼고 / 503호 임대아파트 / 지문 / 홍합탕 / 도시가 없어지다 / 소설가 J씨의 하루 / 건너편 그 집 / 말, 말, 말 / 의자 / 71번 버스 / 그늘 / 고민은 양파 같다고 / 몸 / 무단투기 / 예약 / 친절
작품 해설 : ‘나’를 찾아가는 여정-문종필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성행
고성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봄이라는 계절이 사라지고
봄에 핀다는 벚꽃이 떨어져 보이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바람이 분다
투박한 말투를 곱씹으며
봄으로부터 초대를 받는다
손톱을 깎고 어제와 다른 얼굴을 본다
한동안 말을 잃었다. 나에게 먼저 말을 거는 건 알람이다. 말을 잃어버린다는 건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 신문을 보다가 글자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고 다시 잃어버린 생각을 끄집어낸다는 건 생각이 자란 머리카락을 자른다 해서 생각이 바닥에서 다시 살아날까,
기억은 태어나서 언제부터 유효할까
나
내가 설 자리가 없었다
누구와 말할 사람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신호등이 더디게 바뀌었으면 하고 바랐다
얼마 전에 걸었던 길에서 무거운 어둠을 보았다
신호등은 호흡을 멈춘 듯 움직이지 않았고
칼날 같은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쳐갔다
수많은 사람이 앞을 지나가도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혼자가 된다는 것,
추위를 피해 어디로 뛰기 시작했지만
신호등이 바뀌었는데도 나는 갈 곳을 잃어버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투명인간이 되어 있었다
한사코 어둠을 건너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던 그날은
뼛속까지 추위를 느끼는 밤이었다
도시가 없어지다
도시가 없어졌다
월요일이면 옆자리를 지키던 우리생명 김 대리가 없어지고
국보빌딩 613호 회계사무실에서 일하던 영숙 씨가 없어지고
발바닥이 땀나도록 뛰어다니던 행복택배 박 기사가 없어지고
도시는 언제부터 없어져 있었다
거미줄이 되어버린 도시,
사람의 목소리가 없어지고부터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오토바이가 버스를 앞지른다
마을버스에서 내린 김 대리와 영숙 씨와 박 기사는 한 건물에 살지만 말을 걸지 않는다
여전히 대낮 도시는
밤과 낮의 경계를 두고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