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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19235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2-05-3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느낌과 이야기
1. 서장:출발
2. 이력서
3. 면접
4. 뿌리로 돌아가서
5. 손가락 마디
6. 산꽃 자지러지는 길
7. 참나무
8. 보리 팰 때
9. 몸풀기
10. 추락의 추억
11. 평생도 앞에서
12. 오동나무 뜰아래
13. 벌 떼의 노래
14. 불가마
15. 옥색 두루마기
16. 상여놀이
17. 귀토(歸土)의 장
18. 종장
작품 평설 숲의 소리를 들어라 _ 윤대석
저자소개
책속에서
김대성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식탁 위에 터억 놓고는, 뭔가 생각이 떠오른다는 듯이 윤종성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허먼 말이지라, 인간이 저지른 대죄(큰죄)도 회개를 통해 사죄가 된다고 생각하오?” 윤종성은 찔끔했다. 술기운이 뒷목을 타고 핏줄을 부풀리며 올라왔다.
“대죄라면……?” 윤종성이 그 뜻을 물었다. 김대성은 멈칫하다가 말을 이어갔다.
“말하자먼, 이건 할아버지 대부터 아버지를 거쳐 내려오는 죄인데, 사람 목숨을 해하였다든지 나라에 역적질을 했다든지, 그런 죄를 대죄라 하지 않습디여. 내가 저지른 죄 씻어버리지 못하고 저승 언저리에서 헤매돌까 걱정이 되야서……. 속으로만 죄씻이를 할 게 아니라 터놓고 죄를 씻으려고 허다 본게 고백이란 게 생각나등만. 죄를 터놓는다는 그긴 내 이야그를 글로 써서 터놓으려는 것이제. 내가 내 생애를 글로 쓸 재간이 없어서 게다가 부탁하려 하오. 내 목숨이 기록할 가치가 있다면 그 기록을 남기고 싶은 것이지 않겄어라?”
사제 앞에서 고백하듯이 말하는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 그러나 그 죄라는 게 뭔지 실체를 밝히지는 않았다.
척서암에서 연락이 왔다. 웬만큼 준비가 되었으면 고창으로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앞으로 열 달 안으로 김대성의 전기를 완성해야 하는 제가 눈앞에 산처럼 다가와 앞을 가로막았다. 그것은 자신이 개척해 돌파해야 하는 과업이었다. 관산대학교에서 한 해, 세상사를 겉으로만 이해했다면 이제는 인간사 속살의 광맥을 파들어가는 일을 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라 있는 셈이었다. 어느 시인의 시구절처럼 ‘모험과 깨달음’이 기대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