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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30822938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5-06-30
책 소개
목차
■ 인사말_김 우
■ 책머리에_김세원 외
제1부
김현경_시는 내 곁으로 와 눕고
제2부
금선주_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금시아_나의 나쁜 남자, 김수영 읽기
김민주_수평과 수직의 세계
김은정 _별학도에서 추억하는 시인 김수영의 여인
박규숙_오곡밥과 알배추 된장국
박설희_목련꽃 필 무렵의 초대
박홍점_몽(夢), 그리고 이중의 기념일
제3부
양선주_나무의 혁명
이주희_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 옹졸한 방안퉁수
정원도_어머니 콤플렉스
조미희_병풍과 언니, 그리고 김수영
조은주 _99
최규리_자각의 밀도, 치열한 성장
함동수_김현경 여사의 선물
함진원_시로써 삶을 완성한 거대한 뿌리
제4부
김현경·맹문재_김수영 시인의 결혼과 피난 생활
김세원·맹문재_김현경 고모는 투명하고 영민한 분
■ 편집후기_ 맹문재
■ 필자 약력
저자소개
책속에서
‘책머리에’ 중에서
고모님이 생기니까, 그것도 멋쟁이 고모님이 생기니까, 너무 좋아서 뭔가 배경이 생긴 느낌이 들었고, 밥을 먹은 것같이 든든했어요. 고모님은 저보다 진보적이고, 인문학적 소양도 있으시고, 굉장히 앞서가는 분이세요. 어쩌다가 우리 친구들한테 고모님과 김수영 시인 이야기를 하면 모두 좋아했어요. (김세원)
“나는 이상하게 이 글자가 좋다! 꿈 ‘夢’ 자 좋지 않으냐?”
엄마는 어떤 꿈을 꾸고 싶으셨던 걸까? 냉혹한 시대를 거치며 가혹한 현실 앞에서 엄마가 꾸고 싶었던 꿈이 무엇이었을지 한자 ‘夢’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예술적으로 쓰신 ‘夢’ 자를 소중히 받아 안고 나는 엄마께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엄마의 등 뒤에서 살며시 안아드렸다. (금선주)
나의 김수영 읽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의 세계와 그가 숨 쉬고 있는 문장과 시어들은 나를 헤집을 것이다. 그의 은밀한 사생활 미행도 거듭되고 있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고 시인이 머무는 오감을 탐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는 ‘자유와 사랑과 죽음 앞에서 서러워하는’, 날카롭고 또 따듯한 그의 말에 귀를 활짝 열어놓고 있을 것이다. (금시아)
전시관 입구에 양각으로 새겨진 「풀」을 보자 그와 지나온 시간이 누운 풀처럼 지나간다. 때로는 팽이였다가 때로는 풀이었던 그의 세계. 풀과 팽이에서 수직과 수평의 세계를 본다. 팽이의 꼿꼿함과 누운 풀의 느슨함은 낮과 밤의 조화처럼 세상을 살게 하는 힘이었다. (김민주)
한 장의 사진에 대하여 열두 가지 이상 궁리하고, 한 기억에 대해 열두 번도 더 감사하며 가지런히 정리한다. 그리고 ‘마음의 고고학’ 그 힘과 ‘해인’을 염두에 두고 고요히 ‘기억 도장’을 사용하는 기록에의 만전! 별학도, 벼락도에서 ‘벼락같이!’ 만난 그 인연을 떠올리는 기쁨을 동력으로 ‘그날’을 이 자리에 모신다. 고이 기념한다! (김은정)
쓰던 물건도 허투루 버리지 않았고 하찮아 보이는 것도 그녀의 손에서는 다시 쓸모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먹고 버려도 좋았을 꿀이 들어 있던 도자기도 현경의 집에서는 골동품으로 달라졌다. 유행 지난 것처럼 보이는 오래 쓴 찻잔은 귀한 빈티지 도자기가 되어 있었다. 미다스이다, 현경은. (박규숙)
김현경 여사님 댁은 여름에도 시원했다. 2층이라 목련나무 그늘이 우거지고 앞뒤 베란다 창문으로 맞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봄이면 목련꽃 피었다고, 혼자 보기 아까우니 놀러 오라고 하셨다. 올봄에도 목련꽃은 필 것이다. 여사님에게서 목련꽃이 예쁘게 피었다고 놀러 오라는 초대를 받았으면 좋겠다. (박설희)
선인장은 2022년 1월 23일 용인 김현경 여사 댁에서 몇 마디를 분양해 온 것이다. 흔한 식물이지만 그곳에 김수영 시인의 넘치는 흔적들이 뿌리내리고 있어서 몇 마디 끊어 온 것이다. 그것을 화분에 꽂아두었더니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다. 뿌리가 단단해지자 마디가 마디를 늘려서 마디 끝에 선인장 꽃이 피었다. 그의 생일과 선인장의 분양 일이 같으니 이중의 기념일이다. (박홍점)
김수영 시인은 성냄을 성냄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유쾌를 입을 벌려 크게 웃지 않는다. 그는 중용의 자세에서, 귀히 여김을 바탕으로 차분히 그러나 우렁차게 스스로를 부른다. 사납게 뻗은 그의 나무들처럼. 그는 지금도 번성을 한다. 변혁을 꿈꾼다. 숲의 끈질긴 생명을 위해, 숲의 거대함으로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금 그의 나무들은 혁명을 한다. (양선주)
김수영은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설렁탕집 주인, 야경꾼, 이발쟁이 들에게만 욕을 하고 증오를 하고 옹졸하게 반항한다며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자조하고 있다. 김수영처럼 삭발을 감행할 결기가 없는 나는 조그마한 일만 분개하여 오로지 끌탕을 해대는 옹졸한 방안퉁수다. (이주희)
나에게는 참 귀한 어머니 같은, 때로는 문학적 동지가 되어주시기도 하던 김현경 선생님 댁을 방문할 때의 우리의 순정한 발자취마냥 피어나던 하이얀 목련꽃 꽃잎 같은 추억을 영영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원도)
김수영은 나에게 죽음을 긍정하게 하는 자그마한 실마리를 주었다. 그의 시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 그러나 그 그림자를 긍정하며 배수진을 치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더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용트림처럼 꿈틀거림을 느끼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조미희)
여사님께서는 햇살 한 바구니를 고봉으로 챙겨놓으셨다가 찾아뵐 적마다 내 머리에 찬란하게 쏟아부어 주셨습니다. 마치, 나는 너를 잘 알고 있어! 네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도! 걱정하지 마! 너는 잘 해낼 테니! 누가 뭐래도 내가 보장하지! 결코, 절망하지 마! 너를 믿어!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은주, 네가 최고야! (조은주)
아직도 소녀 같은 모습으로 미소 짓는 사진 속 김현경 여사님의 얼굴은 해맑고 아름답다. 김수영 시인을 사고로 보내고 슬픔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을까. 격변의 세월을 견딘 꽃송이는 마지막 진한 향기를 뿜고 있었다. 아픔마저 숭고하게 느껴진다. (최규리)
5.
“차라리 저를 주세요 그러면 제가 유품으로 간직하겠습니다” 했더니,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라며 깨진 쪽을 붙여서 그 바닥에 해당 시를 쓰고 또한 유품 깬 놈에게 준다는 글까지 써서 돌려주셨다. 비록 유품을 손상시킨 죄인이지만 결국엔 김수영 시인의 귀한 유품을 간직하게 된 후배 시인이 된 것이다. (함동수)
정직한 삶을 이루기 위해 거대한 뿌리로 시들지 않는 풀의 정신이 우리 곁에 있으니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평생 동지로 한 방향을 바라보며 굳건히 인내하면서 마음을 다한 김현경 여사님이 존경스럽다. (함진원)
편집 후기 중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기 시작해 『푸른사상』 2024년 봄호까지 대담이 이어졌다. 장장 10년간 선생님의 귀한 말씀들을 들었다. 그렇게 공부하는 동안 김수영의 삶과 작품 세계 및 시인이 살아가던 시대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여전히 모르는 면이 많이 있지만, 김수영의 시 읽기에 자신감이 생겼다.
김현경 선생님께 공부하는 동안 강민 시인을 비롯해 많은 문인들이 선생님 댁으로 모였다. 이 책에 함께한 분들은 물론이고,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인연이 된 문인들은 마치 한 식구처럼 관계가 돈독한데, 선생님께서 터를 마련해주셨기에 가능했다.
선생님의 뛰어난 기억력 앞에서 우리는 자연히 귀를 쫑긋하게 모은다. 상황을 파악하는 예리함은 물론 요리 등 뛰어난 솜씨들, 그리고 무엇보다 따스한 사랑을 잊을 수 없다. (맹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