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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34805661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8-11-25
책 소개
목차
나는 너를 죽일 수 없어 7
A씨 197
봄의 유서 239
리뷰
책속에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높은 데에 매달린 목 맨 시체가 나오는 장면이 있죠. 나는 그걸 보면 저렇게 높이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꼭 밧줄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하죠.
문손잡이와 수건만 있으면 됩니다.
어느 날, 학교에 갔다 집에 와서 현관문을 열려고 했습니다. 묘하게 묵직한 느낌이 들면서 살짝 열릴 뿐이었습니다. 이상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힘을 주어 문을 밀었죠.
문손잡이에는 아버지의 시체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 모두 피폐해졌던 아버지의 마지막이 가까워졌음을, 나는 오래전부터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머지않아 망가져버릴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줄곧 한계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알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뭐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그때 강하게 생각했습니다.
바닥에 놓인 하얀 종이가 눈에 들어와서 손을 뻗자 손끝이 닿았습니다. 펼친 종이에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온 순간, 아버지의 절규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겹도록 오랜 시간을 달려 지친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딘지도 모를 산속이었어. 휴대전화 전원도 들어오지 않아서 대체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지.
여름. 곰매미가 요란하게 울어대는 무더운 날이었어. 햇빛은 이글거리는데 바람도 없었지. 찐득하게 달라붙는 정체된 열기.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그만큼 더운 날이 없었어.
오랫동안 정비되지 않은 듯한,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진 도로 끝이 갑자기 확 트였어. 산중의 주차장이 나왔지. 아스팔트가 깔린 주차장이 아니라 흙먼지가 날리는 바닥이었지만.
우리를 내려놓고 버스는 다시 돌아갔어. 버스가 떠난 외길과 정반대 쪽에 있는 문을 지나니 고요한 별장지가 나왔지. 드문드문 자란 훤칠한 나무들. 초급 하이킹 코스 같은 숲 속 오솔길에 시냇물도 흐르고 있었어.
저택 한 채가 언덕 위에 펼쳐진 숲 앞쪽에 홀로 자리하고 있었어. 고급 리조트까지는 아니더라도 휴양지라는 느낌의 한적한 분위기여서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