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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39727937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5-10-02
책 소개
목차
번역 초판본을 위한 옮긴이의 말
번역 개정판을 위한 옮긴이의 말
『이방인』의 미국판 서문
제1부
제2부
『작가 수첩』에 나오는 『이방인』 관련 노트
해제 | 유기환
알베르 카뮈 연보
책속에서
물론 내용의 심화에 몰두하는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는 일도 힘겹지만, 문체의 조탁에 전념하는 작가의 작품을 번역할 때는 번역 무용론까지 떠오를 정도로 고통스럽다. 사르트르, 바르트, 블랑쇼 등 동시대를 풍미한 프랑스 지식인들이 공히 『이방인』의 문체를 상찬하고 있다는 사실은 카뮈가 거기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가를 짐작하게 해준다. 적어도 『이방인』의 경우, 문체를 온전히 옮기려고 애쓰지 않는 번역은 그것이 아무리 잘 읽힐지라도 최선의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이방인』 번역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작가의 스타일, 즉 카뮈의 문체를 되살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의 스타일, 즉 뫼르소의 성격을 되살리는 것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 한 통을 받았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아마 어제였으리라.
하늘은 벌써 태양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태양이 대지를 짓누르기 시작했고, 열기가 빠르게 올라왔다. 나는 왜 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그토록 오래 기다렸는지 모른다. 어두운 상복을 입은 탓에 나는 더웠다. 모자를 쓰고 있던 키 작은 노인이 다시 모자를 벗었다. 내가 약간 몸을 틀어 노인을 보았을 때, 원장이 내게 노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저녁이면 엄마와 페레 씨가 간호사를 동반한 채 마을까지 산책하곤 했었다고 말했다. 나는 주위의 벌판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맞닿은 언덕까지 줄지어 늘어선 사이프러스 나무들, 적갈색과 초록색의 대지, 드문드문 흩어져 있으나 윤곽이 뚜렷한 집들을 보았을 때, 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고장에서 저녁이란 우수에 찬 휴식과도 같았으리라. 오늘은 풍경을 일렁이게 하는 끓어 넘치는 태양이 이 고장을 비인간적이고 위압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