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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55310342
· 쪽수 : 470쪽
· 출판일 : 2014-01-20
책 소개
목차
캐롤라이나의 사생아 9
20주년 기념판 후기 451
옮긴이의 말 467
리뷰
책속에서
이름 말고 다른 일들도 모두 엉망이 됐다. 루스 이모와 외할머니는 둘 다 글자를 확실히 쓸 줄 몰랐는데도 ‘앤’의 철자를 어떻게 적을지 미리 의논하지 않았는지, 서류에 철자가 다른 이름을 세 개나 썼다. ‘Ann’, ‘Anne’, ‘Anna’. 바로 이렇게. 게다가 외할머니는 딸의 팔자를 망쳐놓았다는 이유로 아빠를 마을에서 쫓아낸 뒤로 그 이름을 입에 담기를 한사코 거부했고, 루스 이모는 아빠의 성을 정확히 몰랐다. 두 사람은 서류에 아무 이름이나 끄적거리려고 했지만, 병원 쪽은 아기의 중간 이름 철자야 어떻게 써도 상관없지만 아빠의 성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이름을 하나 대고 루스 이모가 또 다른 이름을 대자 직원이 불같이 화를 냈고, 그 결과 지금의 내가 태어나고 말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법령이 정한 사생아.’
가족은 가족이다. 그러나 사랑한다고 해서 서로 괴롭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엄마의 자존심, 이유야 어쨌든 수치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할머니의 분노, 이모들의 두려움과 신랄한 농담, 권총과 각목으로도 어쩔 수 없을 만큼 험한 말로 마구 뱉어대는 외삼촌들의 경멸 어린 언사,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엄마를 빨리, 그리고 고통스럽게 성장시켰다. 동정이나 증오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엄마는 남들이 엄마를 비웃기 전에 남들하고 함께 웃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일을 썩 잘해내서 엄마가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기분이 어떤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엄마는 잘 웃으면서 동시에 잘 쏘아붙이는 것으로 유명해졌고, 이 두 방법을 조화롭게 잘 활용할 줄 알아서 친밀감과 거리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엄마가 밤이면 라일과 잃어버린 행복 때문에 통곡한다는 사실을, 비스킷처럼 바삭바삭해 보이는 겉모습 밑에 버터처럼 끈적한 슬픔과 허기가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이 딸들을 사랑하듯 자신을 사랑해줄 누군가를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모는 리스를 팔에 안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 고집불통 본은 엄마를 똑 닮았지, 리스야. 이모들하고도 똑 닮고. 딱 보트라이트 사람이고 말이야. 그리고 너랑도 똑 닮았구나.”
“난 아무하고도 닮지 않았어요.” 내가 풀이 죽어 말했다.
앨마 이모는 웃음을 터뜨렸다. “왜, 본 너는 우리랑 ‘뼈대’가 똑 닮았잖니, 아가.”
“난 엄마를 안 닮았어요. 이모도 안 닮고. 나는 아무하고도 안 닮았다고요.”
엄마가 말했다. “넌 날 닮았어. 딱 봐도 내 딸인걸.” 엄마는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내 뺨과 눈 밑을 어루만졌다. “넌 날 닮았지. 난 알 수 있어. 네가 더 크면 어떤 모습일지.” 엄마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더니 내 입과 턱 주위를 쓰다듬었다. “여기 이 뼈는 말이다. 확실히 우리 할아버지를 닮았어. 딱 체로키 인디언의 턱뼈거든. 그렇지 않아, 앨마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