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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55784280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16-09-30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저자 서문
머리말
인생의 출발점에 서다
삶을 살아가는 생명
시간 속에 소중한 염원을 담아
어쩐지 내일이 기대돼
울면서 살아가다
한 가닥 고구마줄기
고향으로 가는 아버지의 길
전해주고 싶은 마음
무지갯빛 하늘에 연꽃
민초의 바람
위령의 종이 울리는 절
아름다운 색으로 짜다
거짓말하지 않는 의료
가수 이정미의 마음 여행
2천 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배우 다키타 사카에의 부동명왕
어린이를 구김살 없이 키우는 일
해님과 선량한 마음으로 언젠간 꼭 기운을 차릴 거야
‘무언관’으로 가는 길
높은 곳에 마음을 두다
맺음말
책속에서
니시다 씨는 내 강연이나 저서에서 다루는 주제가 ‘원생’과 서로 이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난생 처음 들은 ‘원생’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원생’은 불교 용어입니다. (…) 애초 우리는 자신이 원해서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사춘기 시절 엄마에게 “낳아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나를 낳았어?” 하고 대들어 엄마 속을 끓였던 일이 생각납니다.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태어난 시대, 나라, 지역, 부모, 성별, 외모 등은 내가 선택할 수 없습니다. 내게도 자신을 둘러싼 환경 하나하나가 전부 싫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인 듯합니다. 실로 ‘생로병사’의 사고가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될 대로 되라거나 허무적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는 모처럼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없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지 말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여보면 어떨까요?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 등도 적극적으로 살려 나가면 더 나은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생이라고 느껴지는 것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그로 인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모르던 걸 깨닫는 등 마음가짐에 따라 고생도 좋은 인연으로 바뀌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기왕 ‘그래! 내가 원해서 세상에 태어난 거야’ 하고 마음을 다잡고 이를 인생의 출발점으로 삼으면 어떨까요?
백성이란 존재는 풀처럼 무참하게 뽑히거나 짓밟히기도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이는 친한 친구가 이야기해준 시아버지의 전쟁 체험담입니다. (…) 중국에서 전쟁을 확대하던 일본은 1941년 12월 8일, 영국과 미국에 맞서 태평양전쟁에 돌입했습니다. 훈련을 받고 간토 지방으로 이동한 그는 조선반도로 중국으로, 그리고 임팔 작전으로 알려진 인도로 이동했습니다. 종전 후에는 버마에서 2년 동안 포로로 잡혀 있었습니다. 그는 소집당한 지 9년 만에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전쟁은 평화롭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 무기와 식량, 의약품 등 보급이 끊긴 채 험악한 산악 지대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대체 그곳에 얼마나 큰 비극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시아버지는 명령에 따라 낙오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열심히 진군했다고 합니다. 입 밖으로는 낼 수 없었지만 ‘살아 있자, 살아서 돌아가자’고 염불을 외듯 계속 중얼거렸습니다.
1923년 9월 1일 대지진이 간토 지방을 덮쳤습니다. 지진이 난 직후부터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유언비어가 흘러나왔지요. 그 결과 간토 지역에서 6,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살해당했습니다. 지금으로선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계엄령이 선포되고 군대, 경찰, 그리고 일반인으로 조직된 자경단을 중심으로 조선인 학살이 이루어졌습니다. 나는 고등학생 때 책을 통해 이 사실을 상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가장 충격적이었던 대목은 일반 주민이 ‘조선인 사냥’을 외치면서 일본도, 도끼, 죽창, 쇠갈고리, 목검 등으로 조선인을 보는 족족 무참하게 죽였다는 기술이었습니다. 일본에서 나가 자라 일본 학교에 다니던 나는 발을 딛고 선 땅이 푹 꺼져버리는 듯했습니다. (…) 차마 귀를 막고 싶을 만큼 참담한 이야기인데, 다음은 그 지역 사람의 증언입니다. “자경단이 일본도나 죽창으로 찔러 30명 정도를 죽였다. 희생자 중에는 만삭인 여성도 있었다.” 염주 알처럼 줄줄이 포박당한 조선인들이 하천 부지에 나란히 세워져 기관총에 쓰러지는 광경에 주위를 둘러싼 주민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