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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224105
· 쪽수 : 286쪽
· 출판일 : 2018-11-20
책 소개
목차
| 총평 |
김홍신
| 심사평 |
소설 부문_이상문, 이경자
시 부문_문효치, 허영자
수필 부문_최원현, 최민자
아동문학 부문_정두리, 문삼석
| 소설 부문 |
대상_개들이 짖는 동안_이은정
은상_어디서 그대는 아름다운 깃털을 얻어 오는가_정혜정
은상_레테_유수현
동상_가을이 온다_이진숙
동상_사춘기_장서인
동상_그녀들의 봄_유정아(김문정)
| 시 부문 |
금상_점자 익히기_원기자
은상_해중설[海中雪]_임이슬
은상_달콤한 풍장_심수빈
동상_자목련 수선집_윤경예
동상_아파트에서 금맥 찾기_김순희
동상_굴식돌방무덤_임진순
| 수필 부문 |
금상_저기 자궁들이 있다_고옥란(로셀리나)
은상_돌꽃_홍성순
은상_파를 다듬으며_신안호
동상_잉아_이상수
동상_고팽이_박소언(박민례)
동상_오월의 끝자락, 그 언저리_김선자
| 아동문학 부문 |
금상_외할머니 냉장고_오성순
은상_김치 vs 김치_신은영
은상_움직이는 탑_김태숙
동상_라오라오행성의 공주_김민옥
동상_고양이신사의 동화책_김주은
동상_나는 바람이다_장의영
- 2018년 제14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수상자 명단
- 동서문학상 연혁
저자소개
책속에서
개들이 부둣가에 총출동했다. 움직이는 모든 것이 대수롭지 않은 지루한 팔자들이었다. 반경 일 미터도 안 되는 목줄에 옭아져 문간에서 쪽잠을 자던, 결코 능동적이지 못했던 그들이었다. 밥그릇 옆에다 뒷일을 보고 뒤처리도 안 된 곳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가물에 콩 나듯 면접하는 주인장에게 있는 힘껏 꼬리를 흔들며 고독을 승화시키곤 했다. 그런 그들이 주인집 대문이 아닌 만경창해 부둣가로 적(籍)을 옮긴 것이다.
그들의 임무는 꽤 막중했다. 겨울철 어획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물메기를 사수하는 일. 그것은 노상 길고양이가 상주하는 부둣가에 내려진 특명이었다. 요새를 건축하느라 각 구역의 주인장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버려진 각목들을 가져다 기둥을 세우고 기둥 위에 파이프를 얹어서 철사로 고정한다. 얼핏 보면 대형 빨래건조대 같기도 하고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는 구름사다리 같기도 하다. 눈대중으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것 같으나 그 간격은 매우 조밀하고 정확하며 견고하기까지 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겨우내 말려 팔아야 할 생계수단이기 때문이다.
깨끗이 손질된 물메기가 한 줄 한 줄 경건하게 몸을 걸친다. 축 늘어진 지느러미 아래로 비린 물이 뚝뚝 떨어진다. 어디선가 길고양이들이 숨죽인 채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 년에 딱 한 철, 딱 한 번 임무를 부여받은 개들이 길고양이들에게 틈을 주진 않을 것이다. 완벽하게 임무를 끝내서 주인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일 년의 대부분을 무료하고 고독하게 보내는 그들에겐 일 년 치 밥벌이인 셈이다. 자칫 실수라도 해서 일 년 내내 눈칫밥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원된 개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