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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56227489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2-10-17
책 소개
목차
십 년 전에 죽은 남자
도망친 시체
곰 인형을 안은 소녀
허니문 파괴자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범인은 옥상에서 배기찬을 살해한 뒤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고 시신을 건물 아래로 떨어뜨렸다.
바리캉.
이게 묘하다. 죽은 배기찬의 머리 한가운데로 길 하나가 나 있었다. 이마 중앙 쪽에서 목 뒤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쉽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는 자는 그 무엇보다 사람의 눈을 무서워한다. 누군가를 죽였으면 서둘러 도망가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범인은 느긋하게 자기가 죽인 사람의 머리를 밀었고, 그것을 가져갔다.
범인은 왜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일까?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건 분명한데 그것이 뭔지 몰라 곤혹스러웠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라이터를 찾으러 갔다.
“안방 쪽에 가봐. 아까 거기 들어갔었잖아!”
그녀의 등에 대고 소리치며 주머니에서 조그만 병을 꺼냈다. 그 속에 든 흰색 가루를 와인 잔에 모조리 쏟았다.
청산가리였다. 그래봤자 커피 스푼으로 반 스푼밖에 안 되는 미미한 양이다. 서근호에 따르면 이 정도 양이면 코끼리 서너 마리도 죽일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느긋하게 소파에 등에 기댄 채 앉아 와인을 홀짝였다. 담배를 뻐끔거리며 차하영이 안방에서 나오더니 내 앞에 앉아 와인 잔을 들었다.
그녀는 조금의 의심 없이 와인을 삼켰다.
과장이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가 말했다.
“왠지 애가 애처럼 보이지가 않아.”
“그게 무슨….”
“느낌이 그렇다는 거야.”
“그 느낌이란 거 좋은 겁니까, 나쁜 겁니까?”
“나도 잘 몰라.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한 손에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경전을 들고 있는 기분이랄까.”
과장은 무엇에라도 홀린 사람처럼 또다시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상태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 애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