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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인권문제
· ISBN : 9791156262268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19-09-0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난민은 내 운명 : 선생님에서 친구, 다시 동료로
마로니에 나무 아래서 …………………………………………………………………… 10
박 마담이 아니라 마담 박 ……………………………………………………………… 14
우린 믹스커피 안 마셔요………………………………………………………………… 20
캐롤리나의 금쪽같은 조언 ……………………………………………………………… 26
“뚜 떼 뽀시블르 Tout est possible” ………………………………………………… 30
미드폐인에서 대표로 38
2장. 저도 난민은 처음입니다만
주디뜨 : 결혼의 단꿈은 사라지고 ……………………………………………………… 46
제니퍼 : 이래봬도 외교관 딸입니다만 ………………………………………………… 54
엘리노어 : 사모님에서 공장 노동자로 ………………………………………………… 62
마릴라 : 대사관 직원에서 졸지에 스파이로…………………………………………… 72
3장. 몰라서 용감하게 : 에코팜므가 살아남는 방식
초짜에겐 과분한 행운 …………………………………………………………………… 84
보람은 개나 줘버리세요 ………………………………………………………………… 90
주 3 일 근무, 일 년에 한 달 안식월……………………………………………………94
아이들도 데려오세요 ………………………………………………………………………98
다름을 존중하는 일 공동체 …………………………………………………………… 102
시도하라, 길이 보일 때까지 ……………………………………………………………108
난민 여성을 리더로 ………………………………………………………………………114
에필로그 ……………………………………………………………………………………122
특별부록 : < 모자이크 아트스쿨 > 스페셜 클래스 이야기
“와 주셔서 감사해요” by 수 Soo ………………………………………………………126
부록
‘난민’ 그리고 ‘여성’ 이라서 그리게 되는 것들 by 박주연 기자 ………………… 122
저자소개
책속에서
“왜 대표를 그만두나요?”
이런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사실 굳이 그만둘 필요는 없다. 윤리적으로 크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바에야, 줄곧 대표직을 맡는다고 해서 누가 나무라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10년을 딱 채우고 깔끔하게 대표직을 내려놓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라고 하겠다. 우선, 나는 원래 지루한 것을 잘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다. 같은 길을 두 번 가기 싫어서 올 때는 다른 길로 굳이 돌아오는 사람이 10년을 채운 것 자체가 용하다고 하겠다.
두 번째는 좀 더 진지한 이유이다. 에코팜므처럼 작은 시민단체에서는 대표가 바뀌지 않으면 팀원들의 리더십을 키우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작은 시민단체들은 사오십 대 남자가 오랫동안 대표로 일하고, 그 아래로 이십대 여자 간사들이 자주 바뀌는 식으로 유지된다. 급여는 적은데 일은 많고, 보람을 먹으며 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경력이 쌓이고 성장하는 만큼 책임도 커져야오래 일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에코팜므는 난민을 위해 난민과 일하는 단체다. 아무리 내가 10년 넘게 난민과 더불어 살고 일했다 해도 나는 제3자의 입장이다. 난민이 직접 리더로 나서 다른 난민을 위해 일한다면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펼쳐지리라 기대한다.
미야는 아직 한국어도 서툴고 자기만의 네트워크도 약하다. 하지만 세련미 넘치는 영어와 불어를 구사하고 사람을 사귀는 데 편견이나 주저함이 없다. 무지하고 열정만 넘치는 대표로 좌충우돌하던 시절의 나에 비하면, 스텝으로 4년을 단련 받았으니 시작이 더 나은 편이다.
앞으로 미야가 대표로 일구어 나갈 에코팜므의 시즌2를 사뭇 기대한다.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넘나들며 글로벌한 단체로 탈바꿈할 모습을 감히 꿈꾸어 본다.
일행과 떨어져 한 숨 돌린 후에 주위를 둘러보니 옆 벤치에 웬 아프리카 여성이 나무 그늘에 의지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만삭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배가 불룩했다 . ‘Refugee Welcome’ 이라고 쓰인 노랑 풍선을 손에 꼭 쥐고 있는 걸 보니 같은 무리임이 분명했다 . ‘이 더위에 만삭의 몸으로 캠페인이라니 .’ 뭔가 사연이 있어 보였다.
하나의 길이 막혔다 싶으면 또 다른 길이 보였다. 이것이 10년 동안 에코팜므가 정부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하겠다.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으면 머릿수대로 인건비 지원이 나오고, 전문가 한 명을 지원받을 수도 있지만 끝끝내 받지 않았다. 우리 힘으로 자립하지 못하면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다 동력이 떨어지면 포기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되도 않는 객기를 부린 덕분에 결국 에코팜므를 운영해 온 10년 동안 ‘재미와 의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