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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창작.문장작법
· ISBN : 9791156345527
· 쪽수 : 262쪽
· 출판일 : 2023-08-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4
K 씨에게 보내는 글
왜 글을 쓰는가 14
다문다독다상량(多聞多讀多商量) 22
사물에 대한 의미화 30
논픽션과 픽션 38
산문정신에 대하여 45
글쓰기는 자신만의 퀘렌시아다 51
정확한 문장은 정확한 발음과 같다 60
등단 비화 69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자 80
문장 고치기 87
글쓰기의 은밀한 즐거움 94
아 다르고 어 다르다 100
같은 소재로 두 가지 글 써보기 107
필력과 작가의 함량 117
글쓰기와 요리하기 125
글쓰기는 예금하기다 132
햄릿형과 돈키호테형 144
자기표현 욕구 151
예술은 힘이 세다 157
기록의 즐거움 164
유혹하는 글쓰기 1 173
유혹하는 글쓰기 2 181
글 때문에 울어본 적 있었나요? 189
글쓰기도 반려(伴侶)가 된다 196
외로워서 쓴다지만 203
필사에 대하여 212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 218
무엇을 쓸 것인가 224
글이라는 자기 고백 232
글쓰기와 춤추기 239
부록 245
저자소개
책속에서
필력과 작가의 함량
제 책상 주변의 노트 얘기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 노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도 아울러서요. 일반적으로 쓰는 수필 한 편은 15매 정도이지만 저는 이 짧은 글 한 편을 쓸 때마다 참고가 될 만한 책자를 들추거나 메모들을 살펴보곤 합니다. 잘 알고 있는 것도 다시 살피며 확인하는데 혹시라도 글에다 잘 못 전달하는 사태가 생길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격이라고나 할까.
한데 노트들이 워낙 많다 보니 곧잘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술에서, 음악으로, 음악에서 철학으로, 다시 종교로…. 그러니까 제 글 한 편엔 이런 토막 지식의 축적물들이 빙산의 밑동처럼 보이지 않게 밑받침된 셈이지요. 마치 높은 건물을 올릴 때 땅 밑을 파 들어가 기초 작업하듯 말입니다. 어느 날은 잠깐만 들여다본다는 게 반나절을
넘길 때가 있어요. 그런 날은 시간 낭비한 것 같아 노트에 허비(?)한 시간을 아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론 그게 다 글을 뒷받침하는 기초가 될 거라며 자위하곤 합니다. 모르긴 해도, 다
른 작가들도 유사하지 않을까 싶군요.
지난번에도 말했듯 등단 작가 중에는 글을 쓰려 해도 안 써져서 고민하는 분도 있지만, 일상에 쫓겨 글 쓸 시간이 없음을 토로하며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하는 대답은 이러했지요.
“진정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면 글을 안 쓰고 있어도 실은 글을 쓰고 있는 거로 생각해요. 그 사실을 기억하시길….”
그러면 상대방은 이렇게 묻습니다.
“글을 안 써도 쓴다니요?”
그에 대한 저의 대답은,
“그런 이들은 글을 쓰지 않은 경우에도 그의 눈에 포착된 세상사와 사물들이 가슴에 각인되기 마련이고 언젠가는 그것이 글로 표출되기 때문이죠. 작가가 글을 쓸 땐 사는 동안 가슴에 안착하여 있었거나 부유하던 그 기억의 파편들이 작품 성격에 따라 하나둘씩 건져 올려지는 것일 테니까요. 그러니까 우리는 살아온 세월과 그 시간만큼의 글감들을 누구나 자기 안에 보유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 파편들이 달아나고 망각하지 않도록 짧게 메모 정도는 해두는 게 좋겠지요.”
이 말은 단순히 위로 차원으로 한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K 씨에게 이 편지를 써나가며 새삼 놀란 게 있었지요. 이 글을 쓰게 된 건 지난 10월 중순쯤 해드림출판사(수필 in) 이승훈 대표께서 글쓰기 초보자들을 위한 원고 하나 써달라고 하시어 시작된 거긴 하지만 애초 분량을 정해준 건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몇 편을 쓰겠다는 계획이 없었고요. 이게 어느 날 불쑥 카톡 문자 하나로 시작된 거였으니 무슨 계획이 있었겠습니까.
한데 그간 제게 글쓰기 지도를 받은 적이 있는 분들에게 받았던 질문들을 떠올리며 첫 꼭지 글을 풀다 보니 할 말들이 실타래 풀리듯 술술 나오는 거였습니다. 그 때문에 첫 꼭지의 도입부부터 어깨의 힘을 빼고 저를 찾아왔던 이들에게 얘기하듯이 써 내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편만으론 도저히 안 되겠구나 싶어 연재하게 됐던 거지요. 이 연재가 얼마나 더 나갈 것인가 하는 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써야 할 다른 글들도 있으니까요.
제 작품을 관심 있게 보신 독자들이라면 글 내용에 문학 및 음악과 미술 얘기들이 간간이 보이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세 가지 분야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내 기저에 깔려 있었기에 무의식중에 떠오릅니다. 저는 본디 미술과 글짓기에 취미가 있었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교내 합주부 일원이 되어 일찌감치 클래식 음악을 접했으니 글로 풀려나오는 거겠지요.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잡학(雜學)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세상사라는 게 워낙 복잡하고 다양하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