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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344193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0-07-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삶이란 결국 저마다의 위치에서 웃고 우는 일 | 4
키스에 대한 고찰 | 14
마늘 까던 남자 | 19
비아그라 두 알 | 26
베토벤을 만났을까 | 31
산 | 36
들 | 43
너에게 보낸다 | 49
모던 타임즈 | 55
예외적 인간 | 60
남편을 빌리던 날 | 65
비 오는 날 오후 세시에 | 70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 75
비스듬히, 비스듬히 | 79
하트 세 개 꾹꾹꾹 | 85
2부
큐피드의 화살 | 92
고양이의 눈물 | 96
대화와 수다 그리고 위트 | 101
미드나잇 블루 | 107
고독이나 한 잔 | 113
은밀한 고백 하나 | 119
기억의 오독 | 124
아듀, 담배학생 | 128
카페 안나 | 134
해장국 한 그릇 | 139
누워서 지바고를 | 145
크라잉 룸 | 153
슈거는 슬프다 | 159
매직 아워 | 164
3부
밑줄 긋기 | 171
댄스파티 | 176
샤넬 핸드백 | 181
그녀는 그였다 | 187
소원 세 가지 | 193
어떤 계약 | 198
강에 가서 말하라 | 203
어느 날의 데포르마시옹 | 207
배암과 늑대 | 213
슬픔이 웃는다 | 220
어떤 을(乙) | 224
핑크 로즈를 추억함 | 230
끼 | 236
신화 속의 임들 | 239
4부
썸데이 | 247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 253
영정사진을 위하여 | 258
우는 여자 | 263
가보면 알아요 | 268
북극곰이 있는 세탁소 | 274
얼굴 | 278
파리지앵처럼 살아보기 | 282
훈장 | 286
한 장의 의미 | 291
닮은꼴 찾기 | 296
멍이 멍에게 | 301
쌀 한 봉지 | 304
십만 원 | 30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지금 알약을 손에 쥐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나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유난했기에 왠지 남편의 혼백이 아직 내 곁을 떠돌고 있을 것만 같다. 들통 난 비밀에 민망해 할까 봐 보이지도 않는 그를 향해 짐짓 웃음을 보낸다. 내 마음을 못 읽을까 소리 내어 농도 건넨다.
“당신, 나한테 딱 걸렸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 놀랍거나 불쾌하진 않았거든. 되레 좀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지. 근데, 난 이 약의 용도가 날 의식한 건 아니었을 것 같네. 그건 육감이자 심증 같은 거지만 뭐, 그래도 상관은 없어.”
비아그라 두 알, 이 작은 알약이 주는 파장이 크다. 오만 상념의 발기가 도무지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일련의 음습하고 통속적 연상은 새털처럼 날아가는데 한 존재의 가슴에 드리웠을 내밀한 욕망과 외로움의 무게만은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색정이란 삶의 본령이자 에너지 같은 것, 그는 꺼져가는 자기 육신을 이 마법의 알약을 통해 되살리고 싶었던 걸까. 비아그라, 비아그라, 헌 물건 내줄 테니 새 물건 내어다오. 그런 주문이라도 토하며 자신의 남성성이 아직 살아 있음을 어떻게든 확인받고 싶었던 걸까. 무릇 생명 지닌 존재는 그 생명성(生命性)으로 소멸의 과정이 이렇듯 애처로운가 보다. 그 욕망의 간절함과 순수함이라니, 대상이 누구이든 그게 무슨 대수랴.
서산에 어둑발이 내리고 있다. 그와 나는 한 지붕 아래의 작은 두 섬이었나보다. 이제 섬 하나는 사라졌다. 서산 너머, 자춤거리던 잔광마저 집어삼킨 아득한 몽리(夢裏)의 저편 세계로 그는 가버렸다. 남편의 영정 사진을 다시 가슴에 품는다. 명치가 끊어질 듯 아파온다.
_‘비아그라 두 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