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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56753308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2-05-20
책 소개
목차
‘웜홀’에 빠지기 전 미리 알아 두면 좋은 용어들 6
평행 우주 위원회 특별 회의 7
까짓거, 어차피 잃을 것도 없는데 10
실제 상황,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 36
크라소미터의 정체 50
신입 회원 환영회 61
때 아닌 추격전 69
손님맞이가 가능한 시간 94
판타스틱 우주의 마법 도시 104
저주에 갇힌 [타인들] 123
가짜 크라소미터 133
위험한 작전 151
슈뢰딩거 할머니의 고양이 161
빛으로 만든 감옥 177
내 안의 평행 우주 196
초콜릿 가지고 와! 199
책속에서
[까짓거, 어차피 잃을 것도 없는데]
여러분이라면 12층 건물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13이라는 숫자가 적힌 씹다 만 껌을 눌러 보겠는가? 도시의 쇠락한 주거지에 사는 아웃사이더 케빈은 14년 인생을 건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진다. 씹다 만 껌 옆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쪽지가 떡 하니 붙어 있었던 것! 아, 이 불결해 보이는 껌을 눌러 봐, 아니면 말아?
나는 손을 내밀다가 그래도 멈췄다. 내 손가락이 13층이라고 쓰인 껌 앞에서 흔들렸다. 나는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흉측해 보이는 껌을 눌러야 하는 논리적인 이유는 단 한 가지도 없었다. 하지만 누르지 않아야 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 구역질나게 생겼다는 것만 빼면. 그 순간, 손가락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손가락이 뇌보다 빨리 움직였다. 어느 틈엔가 껌을 누르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승강기 문이 닫혀 버려서 나는 무시무시한 충격에 휩싸였다. 어이쿠, 세상에! 이제 진짜로 작동하잖아?
딱 이 초가 지난 후에야 내가 껌을 눌러서 승강기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층에서 누군가 승강기 버튼을 누른 모양이었다. 승강기가 움직였다. 위로, 위로, 계속, 계속. 속이 메슥거렸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두려울 만큼.
[신입 회원 환영회]
나와 다른 우주의 똑같은 도시, 똑같은 집, 똑같은 방에 - 아니, 정확히 말하면 똑같지는 않고 거의 비슷한 - 사는 아이들이 80명이라면? 그럼 이 아이들은 나의 분신인 걸까, 아니면 아예 다른 사람인 걸까? 팔이 네 개 달린 아이와 네 번 주먹 인사를 하고, 손가락 사이 물갈퀴가 있는 아이와 자기소개를 하고, 오크처럼 생긴 친구와 비명 섞인 대화를 나누던 케빈은 점점 정신이 혼미해진다. 평행 우주가 이렇게 속 시끄러운 거였으면 아예 발을 들이지 말걸!
13층은 나를 ‘신입 회원’으로 환영하는, 아주 진기한 외모의 아이들로 몹시 붐볐다. (중략) 강당에 들어설 때 키가 족히 삼 미터는 되어 보이는 아이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그중에 3분의 1은 가느다란 목이었는데, 무늬는 기린과 비슷했지만 색깔은 표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사실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알 수 없었는데, 이곳에는 성별을 짐작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꽤 많았다.
아이들은 유니폼 - 그러니까 내 잠옷 - 을 입고 있었다. 한 명 한 명 따로 인사하기란 불가능했지만 팔십여 명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었다. 나인이 강당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무언의 명령이라도 받은 듯 모두 탱탱볼에 걸터앉았다. 나도 빈 탱탱볼을 발견하고 잽싸게 앉아서 다른 아이들처럼 몇 번 까닥거렸다. 그런데 나인이 부르는 바람에 금방 도로 일어나야 했다, 나는 평행 우주 위원회 회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강당 한가운데에 있는 탁자로 향했다.
[가짜 크라소미터]
자유롭고, 개성 넘치고, 어떤 어른의 간섭도 받지 않는 평행 우주 위원회를 위협하는 존재가 있다는 건 무척 의외다. 평행 우주를 검색할 수 있는 최첨단 슈퍼컴퓨터인 크라소미터를 찾아 없애려는, [타인들]이라는 단체가 있다니? 게다가 이들이 회원이 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신출내기 케빈을 노리고 있다! 갑자기 중요 인물로 급부상한 케빈. 하지만 힘을 합쳐 맞서자며 지구 방식(?)의 해결책을 내세운 케빈은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회원들의 빈축을 사고 만다. 아니, 그래서 해결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만날 도망만 다니자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몇몇 아이들은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고, 또 몇몇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한 아이가 입을 열었다.
“냉혹하게 들리겠지만, 우린 아무 영향도 끼쳐서는 안 돼. 어떤 일이든 그대로 일어나게 두어야 해.”
“헛소리!”
누군가 소리쳤다. 아니, 나였다.
“미안. 널 모욕하려던 건 아니야. 다만, 우리가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는 없어. 우리가 지금 여기서 [타인들]이 죽게 내버려 두기로 결정하는 것 역시 영향을 끼치는 거야. 크라소미터를 숨기는 것도. 그러니까 사건의 고리가 되는 셈이지.”
강당을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나인이 탁자에 올라가서 소리쳤다.
“좋아, 이 문제를 투표에 부치자.”
“뭘 투표해야 하지?”
어떤 남자아이가 묻자 나인이 대답했다.
“우리가 [타인들]을 죽게 놓아둘 건지 아닌지를 묻는 투표야. 그리고 내가 위원회 회장으로 남아 있을지, 그리고 우리가 마녀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도 함께 결정하자.”
교수가 새된 목소리로 외쳤다.
“이건 협박이야!”
“민주주의라고 해 줘.”
코요가 교수에게 으르렁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