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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56868163
· 쪽수 : 18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제1장 기억과 역사
제2장 수정주의와 부정주의
제3장 홀로코스트의 기억
제4장 나치 독재의 기억
제5장 프랑스 독일강점기의 기억
제6장 스페인 현대사의 기억과 과거사 논쟁
제7장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수정주의
제8장 한국 근현대사 인식의 변화와 기억의 전쟁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상에서 살펴본 기억 연구자들의 주장들 속에서 우리는 기억의 속성 몇 가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우선 기억은 본질적으로 집단기억의 성격을 띤다. 이것은 기억의 주체가 집단이라는 말이 아니다. 개인이 기억을 소유하게 되지만 개인의 기억은 사회적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된 기억이라는 뜻이다.
둘째로, 기억은 현재 지향적이다. 기억은 언제나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된다. 기억이 시점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기억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대한 기억을 예로 들어보자. 아메리카를 ‘발견한’ 위대한 영웅이자 위대한 제독으로 추앙을 받아온 콜럼버스가 미국 역사학자 알프레드 크로스비가 1973년에 《콜럼버스가 바꾼 세계》라는 책을 출간하면서부터 라틴아메리카의 인구 감소와 환경 파괴를 불러온 항해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콜럼버스의 항해 5백 주년을 기념하는 1992년에는 역사상 제일 위대한 항해자에서부터 비전에 넘치는 천재, 민족의 영웅, 실패한 행정가, 순진한 사업가, 잔인하고 탐욕스런 제국주의자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기억들이 그야 말로 다양해졌다.
셋째로, 기억은 선택적이다. 우리는 과거의 모든 내용을 기억하지 않고 어떤 내용은 기억하며 또 어떤 내용은 잊게 된다. 보존되는 기억은 그것이 의미가 있기 때문인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다.
넷째로, 기억은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들에게 공동의 정체성을 제공한다. 집단이 공동의 기억을 통해 일체감을 확인하고 유대를 강화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은 당파적이다. 기억은 권력관계에 종속되고 집단의 이익과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동안 역사가들이 기억을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 본 이유는 기억의 이러한 속성들 때문이다. 이런 속성들을 지닌 기억이 과연 위기에 봉착한 역사학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기억은 역사와 어떤 관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