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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57401222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5-10-13
책 소개
목차
1. 미스터리 빌라
2. 암늑대의 거리
3. 죽은 처녀의 초상화
4. 걸어 다니는 시렌들
5. 악마의 대리인
6. 카타스트로파
에필로그
작가의 말
고대 폼페이 지도
고대 폼페이의 모습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남자는 이번에도 그 기분 좋은 향기를 맡게 해주면서 말했다. ‘여신들의 중요한 곳에 다시 발라야 돼.’ 그러면서 포르투나타의 가슴과 음부를 슬쩍 쓰다듬으며 ‘여기하고, 여기’라고 말했다. 포르투나타는 새어 나오는 비명을 삼키려다 쥐새끼 같은 소리를 냈다. 뜨겁고 깃털처럼 간지러운 남자의 손이 이번에는 포르투나타의 발등부터 다리를 훑으며 천천히 올라왔다. ‘그리고 여기부터 여기까지.’ 그녀는 꿈결처럼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남자의 손은 허벅지를 지나더니 사타구니에서 정확히 멈췄다. 포르투나타는 오줌을 지릴 뻔했다.
사람들은 비명의 출처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주악당 맞은편의 벽을 등지고서 죽어가는 남자를 발견했다. 살인은 방금 전에 일어난 것 같았다. 그러나 남자의 목에서 흘러내린 피는 갈색의 투니카 앞자락을 거의 물들이고 있었다. 선혈이 낭자한 비극적인 성화처럼 보였다. 주악당에서 나온 사람들은 물론이고, 폴리비우스도 그 장면을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프론토는 벽화의 그림처럼 죽어가는 남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릴 때부터 보아온 낯익은 얼굴이었다.
베루스는 한참을 써놓고서 다시 읽어보았다. 자신에게서 한 발짝은커녕 한 뼘도 떨어지지 못한 글이었다. 신에게 자기를 바쳤다느니, 당신의 음성이 나를 어딘가로 보내는데 거기가 도무지 어딘지 알 수 없다느니, 나이도 분간할 수 없는 당신의 얼굴이나 어떤 장애물도 뛰어넘을 수 있는 신념으로 넘친다느니, 온통 자신의 격정 안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 편지는 오전이 다 지나서야 끝이 났는데, 결국은 달랑 두 줄만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