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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57830176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작가노트
인트로
1장 사랑과 죽음
2장 한밤중의 태양
3장 자유의 길
4장 용기를 주는 리본
아우트로
감사의 인사
책속에서
내가 뭘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나를 환대해줄 마을 위원들이라도 기대한 걸까. 누군가 내 등을 두드리며 수고했다고 말이라도 해줄 줄 알았나. 스스로에게 한 턱 내는 기분으로 레드 와인 한 잔을 마시며 모두에게 나의 위대한 업적을 자랑할 수 있는 파리 스타일의 술집 같은 거라도 기대한 걸까. 한밤중의 태양? 맞다, 이걸 보려고 이 먼 곳까지 왔지. 얀 에릭의 친구는 트롬쇠에서 틀림없이 한밤중의 태양을 볼 수 있다고 말했지만, 온 섬을 다 돌아다녀 봐도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삐죽삐죽 솟은 수많은 산이 불쑥불쑥 하늘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뭘 하면 좋을까?” 나는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한나에게 물었다. “네가 나라면 말이야.”
한나는 잠시 내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나라면 운스타드에 갈 거 같아.” 한나가 말했다.
“그게 어딘데?”
“로포텐 위에.”
“흐음.”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이 달라지길 바라는 걸 그만둘 거야. 대신 내
가 읽은 최고의 책인 것처럼 내 인생을 살 거야.”
첼로를 떠올리자 그리움은 더 깊어졌다. 나의 첼로는 처음부터 나와 함께 했다. 내 친구이며 동료였고, 가장 어두운 시기에 나를 견디고 살아남게 해준 은인이었다. 그런데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지금, 내 기분을 나아지게 해줄 거라고는 오직 첼로뿐인 것 같은 바로 지금, 나는 첼로를 켤 수가 없었다. (…) 첼로는 벽장 안에, 원래 있어야 할 제자리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나는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어서 피에르에게 몸을 기댔다. 그가 팔로 나를 감싸 안았다.
“첼로는 무사해요. 버거가 가져다 놓았어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피에르는 첼로를 꺼내 케이스를 열었다.
나는 다시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따뜻하게 해주려는 듯 첼로의 목 주변을 조심스럽게 두르고 몸통을 포근하게 감싼 파타고니아 코트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