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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시나리오/시나리오작법
· ISBN : 9791157832644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2-07-30
책 소개
목차
|서문| 시몬 드 보부아르
|머리말|
1부
2부
인명 색인
|해제| 정성일
책속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서문 〈공포의 기억〉 중
〈쇼아〉에 대해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영화에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그러나 마법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전쟁이 끝난 뒤 우리는 게토와 절멸수용소에 관하여 셀 수도 없이 많은 증언을 읽어왔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오늘날 클로드 란츠만의 훌륭한 영화를 보며 사실은 그동안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지식이 무색할 만큼 당시의 끔찍한 경험은 우리와 동떨어져 있었다. 이제야 우리는 처음으로 머리와 마음과 몸으로 그 이야기를 몸소 체험하게 된다. (…) 클로드 란츠만의 영상 편집은 각각의 사건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실제로 일어난 순서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이런 단어를 사용해서 설명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편집은 한 편의 시와 같은 구조를 띤다.
헤움노 절멸 수용소 근처 마을 주민과의 대화 중
란츠만: 스레브니크 씨를 다시 보셔서 좋으십니까?
마을사람들(통역사): 엄청 좋죠. / 이분들께는 굉장히 기쁜 일이시래요.
란츠만: 왜요?
마을사람들(통역사): 그 많은 일을 겪고도 이렇게 / 살아남아 다시 만날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하세요. / 무사히 살아남아 이렇게 다시 만나니 너무너무 좋으시다고요.
란츠만: 어떻게 온 마을이 / 스레브니크 씨를 기억하고 있는 거죠?
마을사람들(통역사): 그게 그러니까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게 / 그때 당시 발목에 사슬을 차고 걸어 다니면서 / 강가에서 노래를 부르곤 했거든요. / 이렇게 쪼그만 애가 삐쩍 말라서요. / 금방이라도 관으로 들어갈 것 같은 모습으로요. / 어찌나 야위었는지 꼭 살아 있는 송장 같았죠.
란츠만 감독과 트레블링카 학살 생존자 아브라함 봄바의 대화 중
란츠만: 그렇게 가스실 안에서 / 며칠 동안 일하셨죠?
아브라함: 거기서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일했죠. / 나중에는 사람들이 옷을 벗는 막사 바로 그 자리에서 / 머리를 자르는 거로 바뀌었고요.
(...)
아브라함: 거기에 제 친구도 한 명 있었는데, / 그 친구도 저와 같은 고향 출신 이발사였거든요. / 한번은 그 친구 아내와 여동생이 / 가스실로 들어오는 거예요 ….
란츠만: 에이브, 계속 말해주시죠.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꼭 필요한 이야기예요.
아브라함: 너무 잔인해서…
란츠만: 부탁드려요. / 힘들어도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거 아시잖아요.
아브라함: 못 하겠어요.
란츠만: 말씀해주셔야 해요. 정말 힘드실 거라는 거 압니다. / 이해해요. 죄송하지만 부탁드릴게요.